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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선 D-4 …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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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25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청에서 중의원 선거 부재자 투표를 하고 있다. 후쿠오카(福岡)현 이즈카(飯塚)시가 지역구인 아소 총리는 선거 당일인 30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선거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어서 미리 투표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일본 총선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도쿄 10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에바타 다카코(江端貴子·50) 전 도쿄대 교수. 그는 25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선거 차량에 올라탔다. 그러곤 지역구인 도시마(豊島)구·네리마(練馬)구의 도로 곳곳을 누비면서 마이크로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다. 자민당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의원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57) 전 방위상에 도전하는 에바타는 ‘발품 전략’으로 표심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인파가 몰리는 퇴근길에는 가두 연설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이케부쿠로(池袋)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등장하는 연설회를 열었다. 에바타의 전략이 표심을 움직이자 5선의 고이케도 집집마다 개별 방문하는 ‘도보 유세’로 맞서고 있다.

◆신중한 민주당=같은 날 오후 3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진보초(神保町) 스즈란 거리에는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60) 후보가 1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가이에다는 “정권교체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총선이 실시되는 30일은 일본 정치가 바뀌는 날”이라고 외쳤다. 신주쿠(新宿)·미나토(港)구·지요다구를 묶어 도쿄 1구로 지정된 이 지역은 9선의 거물 정치인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71) 재정상의 텃밭이어서 민주당이 10구와 함께 가장 신경 쓰는 곳이다.

일부 선거 전문가는 “이번에는 일찌감치 민주당 지지를 결정한 사람이 많아 부동층이 크게 줄어들면서 유세 현장이 차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아 투표율은 올라갈 전망이다.

총무성이 24일 중간집계한 부재자투표에서도 참여자가 2005년의 1.5배인 305만 명에 달했다. 승리를 예상하는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하자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23일 당 후보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압승에 관한) 언론 보도에 현혹되지 말라”며 들뜬 분위기를 다잡았다.

◆우울한 자민당=이날 오전 10시 도쿄 아다치(足立)구 기타센주(北千住)역 앞 광장. 이 지역구에 자민당 후보로 출마한 가모시타 이치로(鴨下一郞) 전 환경상이 100여 명의 청중을 앞에 두고 유세를 펼쳤다. 그러나 지지를 연호하거나 환호하는 사람은 없었다. 광장 앞 육교를 지나던 한 행인은 “이렇게 조용한 선거유세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에선 각료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원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상은 단상에서 “정권을 바꿔 보자는 여론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민주당 지지가 아니라 자민당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것 역시 잘 알고 있다”고 반성하면서도 간간이 민주당의 ‘허풍 공약’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선 패배 가능성을 시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최근 지원유세에서 “정권교체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자민당을 지지하던 여성들이 민주당으로 돌아선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한 60대 여성은 “민주당이 전폭적인 육아지원 정책과 함께 여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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