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성대 최현호,코트선 슛쟁이 코트밖선 멋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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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m94㎝의 훤칠한 키, 인상적인 짙은 눈썹, 그리고 영화배우 뺨치는 얼굴의 최현호 (23.성균관대 4년) 는 썰렁한 핸드볼경기장에 '오빠부대' 를 몰고다니는 장본인이다.

코트 밖에서는 착 달라붙는 셔츠, 헐렁한 힙합바지에 패션감각이 넘치는 모자를 쓰는 신세대지만 경기에 들어서면 장신을 이용한 파워넘치는 플레이로 소녀팬들을 사로잡는다.

최는 99핸드볼 큰잔치에서 동물적인 골감각 (24골) 을 과시하며 성균관대를 6년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올려놓았다.

서울 용곡초등 5학년때 빠르게 진행되는 핸드볼의 매력에 빠져 운동을 시작한 최는 대학진학때까지 키만 컸지 별볼일 없는 선수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학 1학년때는 모 의류회사 모델로 잠시동안 외도를 하기도 했다.

최가 다시 공을 잡은 것은 부모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3학년 때까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면 운동을 하지 않는다" 는 약속. 이때부터 뼈를 깎는 변신이 시작됐다.

밤늦게까지 학교 체육관에 홀로 남아 약점으로 지적된 하체와 좁은 시야를 보강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과 씨름했다. 하루 2백여개의 슈팅으로 경기를 보는 눈을 넓히며 골잡이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3학년 때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에 발탁, 약속을 지키며 지난 방콕아시안게임 때는 왼쪽 공격수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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