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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물리학·IT까지 접목 … 가는 세월을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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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 한방재료를 이용해 화장품 개발시험을 하고 있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최초로 한방화장품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이 회사는 1954년 기술연구실을 개설하고 60년대부터 전통 한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인삼 중심의 한방미용법’ 연구를 시작해 전통 약용 식물의 피부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97년에는 최초의 한방화장품이자 한방화장품의 대명사인 ‘설화수’를 선보였다. 또한 주름 개선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나 공기나 빛에 닿으면 금방 파괴되어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던 레티놀의 안정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해 97년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을 소비자들에게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2015년 세계 톱 10’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자연(natural), 친환경(echo), 첨단(edge)’으로 정하고 천연원료·지속가능 제품과 함께 첨단기술 융합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화학·생명공학 등 인접분야의 기술뿐 아니라 물리학·정보기술(IT) 등과의 첨단기술 융합을 통해 제품의 효능을 한층 강화하고 고객에게 토털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 하버드대 물리학과 웨이츠 교수와 3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아직 어느 산업에서도 상용화된 바 없는 최첨단 물리학 기술인 마이크로플루이딕스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피부세포 모사체 화장품 원료인 앱셀(ABcellTM) 개발에 성공했다. 앱셀은 수 나노미터의 얇은 이중막으로 된 세포 모사 구조 안에 피부 재생성분이 들어가 있는 형태로, 인간의 피부 세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피부 친화력과 유효 성분의 효능 발현을 진일보시킨 성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이를 적용한 헤라 프리 퍼펙션 세럼을 선보였으며, 하반기 추가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첨단 물리학 기술이 적용된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프리 퍼펙션 세럼’

아모레퍼시픽은 또한 IT 기술을 접목한 미용기기를 통해 전통적인 화장품의 영역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근섬유가 강화되는 안장자극과 유효성분의 흡수력을 극대화하는 전류·압축자극을 적용해 피부노화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헤라 더마소닉을 선보였다. 또한 빛·열·운동에너지 등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우리 피부에 적합하고 제품의 효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으로 전통 한방에 첨단과학을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 연구 분야에서는 시도된 예가 거의 없는 DNA 칩과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기술을 적용해 설화수의 주요 성분으로 홍삼 사포닌 성분의 하나인 진세노사이드의 피부 효능을 규명했다.

우리 전통의 한방을 과학화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연구는 해외 SCI(과학인용색인)저널에 수차례 게재됐다. 또 이 회사는 한국·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서 특허출원을 획득하는 등 연구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현재 내년 완공을 목표로 총 500억원을 투입해 2만 5000m² 규모의 제2연구소를 신축 중이다. 2015년까지 현 330명 수준의 연구원을 5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소량의 유체를 다룰 때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미세 유체 역학 분야를 일컫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의 세포막과 같은 수준의 선택적 투과성을 가지는 나노미터 수준의 얇은 박막을 제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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