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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쇄빙유조선·시추선 … 최첨단 선박 제조 선두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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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생산자동화율이 65%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의 조선3도크 전경.

세계 조선업계는 1960년대까지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기업이, 90년대까지는 일본 기업이 장악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서는 한국 조선업체가 일본 기업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세계 10대 조선소 가운데 7곳이 한국 기업일 정도로 한국의 조선 부문은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 부문의 수출은 432억 달러로 수출 업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특히 조선 부문만의 무역수지 흑자가 379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가 133억 달러 적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조선업체가 한국 경제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렇게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가는 기술력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엔진·기자재업체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 조선업체의 원자재 국산화율은 85%에 달한다. 국산화율이 높다는 것은 해외 선주에게 배를 만들어 주고 받는 외화 대부분이 국내에 남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적인 조선업체 가운데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수출량을 2004년 30억 달러에서 2006년 50억 달러, 지난해에는 70억달러로 2년마다 20억달러씩 늘렸다. 지난해에는 조선 경기하락 우려 속에서도 54척(153억 달러)을 수주하며 세계조선업체 중 수주량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시추선(드릴십)과 같은 고부가가치제품 위주로 수주하고 있다. 기술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벌크선 수주 잔량은 한 척도 없을 정도다.

삼성중공업의 김징완 부회장은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선박과 북극지방에 적합한 신개념 선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2012년에는 초일류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원짜리 드릴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9척 중 11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44척의 드릴십 가운데 29척을 수주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66%)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가 수주한 주요 드릴십은 북해 극지용으로 북해 지역 해상 조건을 이기고 원유를 캘 수 있는 특수 선박이다.

이 회사가 이렇게 드릴십을 위주로 수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원동력으로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선형개발 능력 ▶생산 자동화와 신공법 ▶완벽한 품질실현 등 선주가 선호하는 3박자를 고루 갖추었다는 점이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설계와 연구개발(R&D) 인력이 1300명에 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400m짜리 예인수조 등 첨단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시장이라고 하는 극지방에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극지용 해양설비, 쇄빙유조선 등 신개념 선박뿐만 아니라 30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에너지를 시추하고 생산할 수 있는 드릴십 등을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일 수 있었다. 또한 로봇을 활용한 생산자동화율이 65%로 세계 조선소 중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용접도 로봇으로 해 높은 품질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보다 나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용접·도장품질 실명제를 정착시키고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품질기준을 만들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2005년 10월에는 ‘고객의 품질 지적이 한 건이라도 나올 경우 선박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품질 마지노선언’을 선포하기도 했다. 납기가 지연돼 막대한 금액의 페널티를 물더라도 고객의 불만사항이 될 수 있는 품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도 전에 문제점을 100% 보완하겠다는 제도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조선과 해양 부문에 집중돼 있는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풍력발전을 별도 사업부문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실무추진팀을 만들어 사업타당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력 제품으로는 3메가와트(㎿)급 육상용과 5㎿급 해상용 풍력발전 설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풍력발전 설비사업에 진출키로 한 것은 풍력발전의 핵심장치인 ‘블레이드(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와 선박용 프로펠러에 적용되는 기술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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