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고용승계·보장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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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반도체 통합법인 설립에 나선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11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양사간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LG반도체측은 이날 "매각대금은 현금으로만 받겠다" 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완전고용 보장' 을 요구하고 나서 협상 초반부터 진통을 겪었다.

LG반도체는 이날 회의에서 "전체 종업원에 대한 고용승계와 사후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가격조건 협상에 들어가지 않겠다" 는 강경입장을 전달했다.

LG측은 또 "현재로선 '보상빅딜' 이나 전환사채 (CB) 인수를 통한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제3자의 간여를 배제한 채 당자자간 협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 고 밝혔다.

LG가 이처럼 협상초반에 '선 (先) 고용보장, 후 (後) 양도협상' 을 주요 쟁점으로 들고나온 데 대해 재계에서는 "LG반도체 종업원의 반발과 그룹 임직원의 동요를 막고 향후 반도체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 로 풀이하고 있다.

LG반도체는 특히 고용승계와 관련해 ^현대의 약속대로 휴직자를 포함해 1백% 인원을 승계하고^직급별로 5~7년간 근무를 보장하며^임금 등 근로자 처우를 종전보다 낫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인수후 차별적 인사 불이익이 없어야 하고 ▶노동조합 등 기존 근로자 조직을 인정하며 ▶이런 조건들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LG반도체 종업원 대표를 매각협상 테이블에 직접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유식 (姜庾植) LG구조조정본부장 (사장) 은 이날 오전 서울여의도 LG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용보장 문제는 '인간존중' 을 기업이념으로 삼은 우리 입장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으며, 12만명 LG가족의 정서를 고려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환 (金榮煥) 현대전자 사장은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으나 이에 따른 세부사항은 협상과정에서 정해질 것" 이라며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한편 LG반도체 종업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모임을 갖고 "이번 합병은 원천적으로 무효며, 최악의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홍승일.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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