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상호주의'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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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대북 (對北) 지원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 성의를 보인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추진하고 상호주의 원칙 적용에도 융통성을 두겠다는 게 요지다.

지난해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증진에 이어 올해 당국자간 대화로 대북 포용정책을 한단계 높이기 위해선 이런 융통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

올 한해의 대북정책 기조는 남북 당국자간 대화를 통한 교류.협력의 적극적 증진이다.

정책의 성공은 세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북한의 호응도와 국내적 여론 합의, 그리고 미.중.일과의 정책적 호응도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북한을 대화의 자리로 유도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혜적 지원은 필요불가결하다고 본다.

지난해 4월 비료회담에서 보인 상호주의 원칙 적용만으로는 북과의 대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상호주의 원칙은 유지하되 '비등가성' '비대칭성' '비동시적' 적용으로 북을 대화에 끌어내자는 전술적 발상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비료 지원과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처럼 등가성.동시적.대칭적 상호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먼저 성의를 보이고 시간을 기다리며 대화를 통해 교류.협력과 현안을 풀어나가자는 정책의 융통성을 갖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대북정책의 중요 지침이었던 상호주의 원칙의 전면적 후퇴 또는 포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북지원에 관한 한 우리 국내 여론은 두가지로 나뉜다.

북을 변화시키고 남북간 막힌 물꼬를 트기 위해선 우선지원이 필요하다는 적극적 입장과 북이 변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지원에 앞장서느냐는 소극적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론의 이런 간격을 메울 정부의 부단한 논리개발과 상황설명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융통성 있는 상호주의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특히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얼마나 조화롭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핵과 미사일문제가 북.미간 5월 위기설로까지 치닫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의 일방적.시혜적 지원이 부조화를 이루지 않을지도 걱정이다.

여기에 복병처럼 도사린 간첩선과 잠수정 침투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여론의 합의 도출을 위해선 대북지원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확보해야 하고 미국과의 지속적인 정책공조를 통해 지원의 완급을 조정하는 긴밀성을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도 우리의 이런 노력이 무산되지 않고 협력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남북대화를 적극화하는 성의있는 변화의 조짐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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