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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으로 생명 보시 광암사 성도스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남에게 베풀되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은 아름답다.

거기에 자신의 신체일부를 떼어 다른 한 인간을 살게해주는 인간 방생 (放生) , 인간 보시 (布施) 는 숭고하다.

한 스님이 토굴 속에서 수행하며 깨끗이 닦은 마음과 생식으로 청정한 신체 일부를 떼어 꺼져가는 목숨을 살린다.

경남 거창 광암사에 있는 성도 (成道.50) 스님은 20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한다.

자신의 신장을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조차도 그는 알지 못한다.

덕유산 기슭에 토굴을 파고 혼자 수행하는 성도. 도대체 그는 왜 번듯한 절과 도반 (道伴) 을 다 놔두고 홀로 토굴 속에서 수행하는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습니다. 떠돌며 남과 어울려 사는 삶에 지친 탓이었겠지요. 도를 이루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공부하니 되레 남을 위해 욕심없이 살겠다는 생각만 찾아들더군요. "

지난 70년에 출가한 성도스님은 강원도.경기도.경상도등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수행하다 한때 환속해 사업도 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남을 위해 잘 살수 있는가를 요리조리 궁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어울려 사는 삶에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의 욕심은 지울 수 없었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그런 일을 했다는 욕심이 안찾아드는 마음. 그 마음을 위해 그는 솔잎과 산나물, 갈고 빻은 잡곡 생식을 하며 수행해왔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도 다 욕심이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무욕.무심으로 속세에 본을 보여야할 스님들조차 서로 분규를 일으키고 싸움질까지 하는 것도 욕심을 못버렸기 때문 아닙니까. "

이제 토굴에서 떠나 본격적으로 남을 위한 삶을 펼치겠다는 성도스님. 죽은 후에는 시신까지 남을 위해 쓰겠다는 숭고한 정신이 남아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완전히 썩지 않았다.

그리고 미래 사회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염치를 남긴다.

성도스님의 신장기증을 중개한 생명나눔실천회 (회장 법장 수덕사주지) 는 지난 5년간 4천여건의 장기기증신청을 받았으며 1백20여건의 이식 수술을 성사시켜왔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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