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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새해설계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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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토끼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99년의 첫 주. 하지만 아직도 새해 계획을 세우기에 늦지 않았다. 다른 가정들의 신년 계획을 살짝 엿보며 따스하고 신나는 우리집 한 해를 설계해보자.

▶스위트홈 만들기 = 화목한 가정을 위해 가장 먼저 '안전점검' 해야할 것은 부부간의 사랑. 박상훈 (34.의사).김혜령 (30.여.서울송파구가락동) 씨 부부는 올해 볼룸댄스를 함께 배우며 더 늦기 전에 '호흡을 확실히 맞춰 놓을' 계획이다.

지난 96년 말에도 박씨의 부모와 두 세대가 나란히 문화센터에서 강습을 받았었는데, 노부부가 서로 "스텝도 못 맞추냐" 며 다투다 그만두자 박씨 부부도 흐지부지 중도하차했었다고. 또 주부 이현주 (35.서울양천구목동) 씨는 '선수급' 인 남편에게 테니스를 배워 부부 테니스대회에 나가는 목표를 세웠다.

박원섭 (40.공무원).문미숙 (38.여.경기도고양시화정동) 씨 가정은 새해부터 '사랑의 메시지 전달판' 을 걸어놓기로 했다. 가족 간에 할 말이 있었다가도 바빠서 시간을 놓치면 잊고 지나기 쉽기 때문. 평소 말수가 적은 박씨가 솔선수범해 가족들에게 메모를 남기고 출근하면, 주영 (12).주현 (9) 남매 역시 얼굴 보기 힘든 아빠에게 '사랑의 한 마디' 를 적어 둬 아빠의 하루 피곤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매달 마지막 일요일을 '가족의 날' 로 정해 주로 외식을 해오던 것을 올해는 박물관견학 등 '우리 문화 익히기' 로 전환할 예정. 오가는 길엔 서로 잘한 일들을 칭찬해주고 고쳐야 할 사항은 지적하는 상벌의 시간을 갖고 조그마한 상품도 마련해 나눠줄 생각이다.

▶건강이 재산 = 두 아들이 고1.고3이 되는 우진태 (47.자영업).정옥선 (42.여.서울송파구오륜동) 씨 부부는 올 계획의 으뜸을 '가족 건강' 으로 정했다.

연초마다 아이들 동의를 얻어 '가정교육 방침' 을 세우는데, 올해는 자세를 바로 하고 운동하는 습관 들이기, 음식 골고루 먹이기 등으로 항목을 정한 것. 특히 고3이 되는 장남을 위해 '일요일 가족등산' 을 하며 대화도 나누고 스트레스도 풀 계획이다.

장정훈 (36.회사원).김정계 (35.여.서울송파구명일동) 씨 가정은 많이 걷기로 했다. 주말에 쇼핑을 할 때 집 주변의 상가 대신 버스로 세 정류장쯤 걸리는 인근의 대형 쇼핑센터를 이용, 두 아이와 함께 걸어서 갔다 오기로 한 것. "어차피 한 주일치 부식거리를 사야 하기 때문에 크게 운동이라는 부담도 없이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고 김씨는 낙관한다.

또 주부 이돈아 (32.서울동작구사당동) 씨네 신년구호는 '많이 놀고 푹 쉬자'. 이씨는 "그동안 거의 밤낮없이 일해온 남편 (건축설계사) 이 요즘엔 일이 줄면서 수입도 좀 적어진 대신 시간 여유는 생긴 편" 이라며 "경기가 풀릴 때를 대비해 올해는 몸관리를 하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고 전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도 학교 공부에만 충실하게 하면서 놀며 배우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가정경제부터 세우자 = 주부 정혜선 (34.서울관악구신림동) 씨는 곧 이사갈 것을 대비해서 가계부를 쓰기로 했다. 생활비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 것 같아 가계지출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 마침 최근 구입한 컴퓨터에 꽤 쓸모있는 가계부 프로그램이 들어있어 정씨는 한번 이용해볼 예정이다.

또 주부 정경순 (45.경기도의왕시오전동) 씨는 99년을 절약의 해로 정하고 남편과 딸 (14)에게도 돼지저금통을 하나씩 사서 이름을 써 나눠줬다. 연말까지 열심히 동전을 모아서 돼지 저금통을 뜯었을 때 가장 많이 모은 사람에게 나머지 두 사람의 저축액까지 몰아 줄 계획.

▶어려울수록 이웃과 함께 = 아들이 현재 군복무 중인 주부 권순자 (54.서울강남구청담동) 씨는 지난해 말 딸도 결혼, 홀가분 (?) 해졌다. 대기업 간부인 남편도 크게 뒷바라지할 일은 없어 동사무소를 통해 무의탁 노인 돌보기 등 자원봉사를 하며 허전함을 달래 볼 생각이라고. 김정수 기자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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