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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대대적 정비' 공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국이 연초부터 대대적인 '정풍 (整風)' 운동에 들어갔다.

지난해말 개혁.개방 20주년을 뿌듯하게 기념했던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면서 대외적으로 미국 일극 (一極) 체제의 국제질서를 다극화체제로 바꿀 야심에 차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각 부문.인력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쩌민 (江澤民) 주석은 "21세기의 당 운명은 올해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고까지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당.국영기업.군 간부 등 '윗물' 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사정.숙청작업이, 일반민중.실업자.학생.반체제인사 등 '아랫물' 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제재조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 지도층 사정작업 = 해묵은 숙제인 국유기업 정리와 실업자 대책마련, 인민해방군.법원.공안 등 국가기관들이 운영해온 기업을 완전히 해체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대대적인 정풍운동이 시작됐다.

현직은 물론 전직 당간부들도 모든 행적이 현미경 아래 놓인다.

수뢰.성추문같은 비리가 적발될 경우 면직.사법처리를 각오해야 한다.

사상교양도 병행되고 있다.

江주석이 제창한 '학습.정치.정기 (正氣) 를 중시한다' 는 이른바 '3강' (三講) 이 일종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江주석은 최근 당고위회의에서 "당간부들의 부패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중국은 망국 (亡國) 이 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 아랫물 다스리기 = 체제 위협요인 제거가 주목적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중으로 15만명의 '우징 (武警)' 을 증원키로 했다.

우징은 인민해방군과는 구별되는 조직으로, 주로 체제안전을 위한 폭동.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특수부대. 이는 오는 6월 4일의 '천안문사태 10주년' 을 의식한 조치다.

올해는 또 5.4운동 80주년, 건국 50주년 등 어느 해보다 '시위요인' 이 많은 해이기도 하다.

인권운동가.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조치는 해방 직전 일제가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압했던 이른바 '불령선인 (不逞鮮人)' 에 대한 예비검속을 연상시킨다.

의심되는 사람은 범행 유무에 관계없이 관찰대상이고 여차하면 격리.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지하종교단체.불법노조.사회 자원봉사자 등 소위 '3대 위험분자' 들이 철저한 관찰대상으로 지목됐다.

당국은 노동자 권익.소비자 권리 옹호, 환경보호 등에 앞장서는 단체나 인사들도 유사시 사회불안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일선 공안단체들은 관찰대상자 명단을 확정한 상태다.

구속된 반체제 인사나 '위험분자' 들에겐 '신속 재판 절차' 가 적용된다.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끌 시간을 주지 않고 재빨리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중국.홍콩 = 유상철.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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