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6년만의 공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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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새해 들어서도 강경 일변도다.

지난해 말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에 미사일을 발사하더니 5일에는 미국 전투기에 선제공격을 가했다.

전력으로 볼 때 전혀 비교가 되지않는 이라크의 도발적 태도를 보노라면 마치 호랑이 코털을 건드리는 토끼를 연상케 된다.

그러나 이같은 후세인의 강공책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후세인은 미국전투기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신의 입지강화를 노리고 있다.

피폐한 경제로 고조되고 있는 국민들의 불만을 미국에 대한 항전으로 돌려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노리는 후세인 제거 노력을 무산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다행히 국제적 원군도 적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이 공습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프랑스까지 가담한 실정이다.

설사 이같은 분위기를 무릅쓰고 미국이 제2의 공습을 감행한다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게 후세인 생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 91년 이후 계속돼온 경제제재도 그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랍권에 대한 주도권 확보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 교전 직전 후세인이 카타르의 알 자지라TV로 중계된 기념연설에서 "아랍권은 불의에 맞서 봉기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라" 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이라크의 '코털 건드리기' 작전에 미국은 사실 딜레마에 빠진 형세다.

후세인의 대항을 방치하자니 그의 제거는 고사하고 초대강국 미국에 당당히 맞서는 아랍의 영웅을 만들어주게 됐다.

국익에 앞서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이라크 공습을 단행하려 해도 주위 여건이 최악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는 차치하고 국내에서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입지가 넓지 못하다.

지난해 12월 공습은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하원 탄핵 논의를 하루 앞두고 단행돼 탄핵무마용 공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클린턴 탄핵은 상원으로 넘어가 계속 진행 중이고 벌써부터 2000년 대선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클린턴에게 힘을 몰아줄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국제법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미국과 영국기의 초계비행에 대한 이라크의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까지 크다.

미국은 이에 대해 인류를 위협하는 살상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앞으로도 이라크의 비행금지구역 유지와 초계비행은 계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라크기와 또다른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채인택.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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