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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고장차 승객합승거부 이기주의 세태 서글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연말 동해안의 일출을 보고 새해 포부를 다짐하고자 정동진행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예약인원이 많아 세대의 버스에 분승했다.

그런데 오전 2시쯤 우리 일행이 탔던 차가 고장이 나 운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일출을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장 사실을 앞.뒤차에 알리고 고장차량 승객의 분승을 부탁했다.

그러나 앞차 승객중 일부가 출입문을 가로막고 합승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서서 가는 승객이 있으면 앉아서 가는 승객이 불편하다" 는 것이었다.

결국 앞차는 어린 아이를 안고 타려는 승객마저 밀쳐 떨어뜨린 채 출입문을 닫아버리고 출발했다.

어쩔 수 없이 뒤차에만 80여명의 승객이 타고 갈 수밖에 없었고 버스는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들로 가득 차 강원도의 험한 고갯길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갔다.

어른들의 야박함에 어린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웠고 이것이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도덕성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상대방의 입장을 돌아볼 줄 아는 성숙한 시민정신이 절실하다.

조윤 <회사원.전북전주시팔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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