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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에 맞는 음식]좋다는 음식 내겐 해될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닌 이상 매일 끼니마다 먹는 음식들을 꼬치꼬치 따지고 가리며 먹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무심코 먹는 음식이 체질과의 궁합이나 조리법에 따라 몸에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을 한의학 원리와 약리작용으로 설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건강한 식생활로 99년을 열어보자.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먹는 음식과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한 갈래에 있다 (醫食同源)' 고 한다. 혈당조절이 어려운 당뇨병 환자, 콩팥기능이 떨어져 온몸이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신장병 환자,가슴통증이 자주 일어나는 심근경색 환자, 복수가 차고 황달이 있는 간경변 환자 등은 매일 먹는 음식도 약을 복용하듯 가리고 따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도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것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나라의 독창적인 학설인 사상의학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체질에 맞게 음식을 가려 먹고 질병을 치료하는데도 체질의 특성에 따라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땐 자신의 체질에 맞게 음식을 가리는 슬기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도 맛에 좋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 먹는 슬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예를 들어보자. 몸이 왜소하고 성정이 꼼꼼한 사람은 돼지고기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 반면 성정이 급하고 끈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닭고기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되거나 몸에 부스럼이 잘 생긴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하게 되는 체질은 비위 (脾胃) 등 소화기가 찬 데다 돼지고기의 차가운 성미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때는 돼지고기를 조리할 때 생강즙으로 삶고 맵고 열나는 마늘.고추 등의 조미료를 사용해서 만들어 먹으면 배탈이나 설사를 예방할 수 있다. 약초로는 경동시장에서 부자를 사다 같이 조리해도 좋다.

또 닭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변이 고르지 못하며 두드러기.발진이 나는 체질은 속에 열이 많은데다 뜨거운 성미의 닭고기가 들어가 기를 위로 솟구쳐 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닭고기를 조리할 때 가래나 노폐물을 없애주고 기를 내리는 효과가 있는 무를 넣고 고깃국을 끓이든지 무를 같이 많이 먹으면 닭고기의 해독을 물리칠 수 있다. 통닭 가게에서 같이 내주는 무를 많이 먹는 것도 이런 체질의 사람에겐 좋은 효과.

이렇게 음식은 한 두 가지에 편중해 먹게 되면 항상 음식의 화를 받지만 여러 가지 재료로 조리하면 해독을 없앨 수 있다.

임준규 <한의학 박사.분당 차 한방병원장>

필자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동대학원 석.박사 취득▶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 자연요법실장 및 대전대학교.경산대학교.전주우석대학교 부속 한방병원장 역임▶현 분당 차 한방병원장 및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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