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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지역 이름 내건 '後光 마케팅'조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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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부 劉모 (37) 씨는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수도권에 분양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광고에 나온 분당권이란 큰 제목만 믿고 의레 아파트가 분당에 건설되려니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경기도 광주군에 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劉씨는 "속았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며 "어디에서 분양하는지 명백하게 밝혀야지 모호하게 광고를 해서 헛고생만 했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산업이 분양한 곳의 정확한 행정구역명은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 능평리 463의1. 분당 신도시와는 전혀 다른 지역이다. 단지 위치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분당을 슬며시 끼어놓은 것이다.

특히 모델하우스까지 분당에 개설, 소비자들로서는 착각하기 쉬웠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국도를 통해 분당과 연결이 쉽고 분당선 서현역이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사실상 분당권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홍보전략을 세웠다" 고 설명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주변에 있는 인기지역의 지명도를 이용해 분양률을 높이려는 이른바 '후광 (後光) 마케팅' 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심지어 오피스텔을 아파트라고 명기하면서 분양에 나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업체들의 일단 팔고보자는 얄팍한 상술이 애꿎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현대산업은 지난해 11월에도 고려산업개발과 함께 경기도 화성군에서 1천5백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수원 영통지구의 지명도를 이용, 단지이름을 '신 (新) 영통 현대타운' 으로 정하기도 했다.

파주 교하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월드건설도 역시 후광마케팅을 활용한 경우. 월드건설은 파주라는 지역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분당엔 수지, 일산엔 교하' 를 광고문안을 사용하고 '일산 호수공원에서 7분' 임을 강조, 파주라는 지역명을 사용치 않았다.

심지어 코오롱건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210번지에 초고층 오피스텔 '분당 트리폴리스' 를 분양하면서 아예 오피스텔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오롱건설이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호텔형 아파트' 라는 모호한 용어로 포장,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소지가 있어 광고문안에 오피스텔이란 단어가 나올 수 있도록 요청했다" 고 말했다. 아파트는 주거시설인 반면 오피스텔은 업무용 시설로 명백히 다르다.

◇ 주의점 = 실제 아파트 건설사업지가 홍보상의 지명과 달라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쉽다. 업체의 홍보전략에 속아서 고생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악의 경우 소비자가 사전에 몰랐다 하더라도 일단 계약을 하고나면 계약해지 등은 민사상의 문제가 되기때문에 문제해결에 공연히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다.

따라서 광고 등 업체의 홍보내용만을 믿지말고 전화로 궁금한 점을 꼼꼼히 물어보거나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택광고를 담당하는 공정위 표시광고과는 "아파트 광고도 피해사례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과대.허위광고 여부를 조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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