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29호 사태]2與 공동대응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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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529호 난입사건' 에 대한 여권의 대야 (對野) 공세에 탄력이 붙었다.

'내각제 저지' 등의 문건이 나왔다는 소리에 떨떠름해 하던 자민련이 4일 공세에 합류키로 입장정리를 한 탓이다.

자민련 긴급 총재단회의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불법난입 사건이자 반의회주의적 행동' 으로 규정하고 국민회의와의 철저한 공조를 천명했다.

동시에 국민회의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보위 자료열람실은 지난 96년 여야 합의아래 설치된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이며 "정치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단순히 정치동향을 개인적으로 수집해 메모한 것에 불과하다" 고 거들었다. 그간 자민련은 상반된 두 기류에 휩싸여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 '국민회의 대 (對) 한나라당' 간 싸움에 끼어들어봐야 덕될 게 없다" 는 시각과 "그래도 우당 (友黨) 을 도와야 한다" 는 주장 사이에서 엉거주춤해왔던 것. 특히 안기부 문건 내엔 '내각제 개헌합의 무력화 방안' 이 끼여있어 당내엔 안기부에 대한 반감이 꿈틀거렸다.

안기부와 국민회의를 적극 밀기엔 꺼림칙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자민련은 결국 국민회의의 손을 들어주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판단의 밑자락엔 현 시점에선 국민회의와의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

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한 듯하다.

내각제 담판이라는 '큰 승부' 를 앞두고 국민회의를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 같다.

물론 자민련은 내각제와 관련된 안기부 문건에 대해서는 "아무리 하급직원의 의견이라도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뤄 유감스런 일" 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이 4일 직접 "해당 문건은 안기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 는 유감의 뜻을 전달해와 이 문제도 넘어가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자민련의 태도변화를 반색하며 일대 공세를 벼르고 있다.

혹시 자민련이 한나라당에 동조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기만 하더라도 국민회의로선 명분상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게 분명했던 터다.

어쨌거나 자민련의 입장정리로 힘을 얻은 여권은 4일 양당 대책위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반격작전에 돌입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 49명 등 모두 55명의 명단도 공개하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여권 내에도 안기부측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선 안된다는 일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안기부에 끌려가 시달렸던 김근태 (金槿泰) 의원 등이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하는 여권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권내 전열이 가다듬어짐으로써 야당에 대한 대대적 반격을 가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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