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기술,삶의 질 바꾼다]국내는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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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1세기를 준비하는 과학기술이 국내에서도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중 일부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물을 거두고 있는 중. 2000년대 초반에 열매를 맺을 계획인 국내 과학기술들을 살펴본다.

식탁에서 양식 물고기 대신 '바다목장' 물고기의 맛을 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바다목장이란 마치 소나 양을 치듯 청정해역에서 최첨단 기법으로 물고기를 키우는 것.

한국해양연구소팀은 경남 통영 앞다바에서 초보적인 단계의 바다목장을 건설 중인데 인공으로 어초를 깔고 음향으로 고기를 불러모으는 등 첨단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파도의 흐름을 바꾸는 다양한 장치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양식고기와는 달리 '호르몬' 사료에 대한 논란도 없고 고기 맛도 자연 그대로인 것이 특징. 3백25억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2006년 이후에는 싱싱한 생선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부상열차도 2002년에 윤곽을 드러낼 듯. 최고 시속 1백㎞인 이 열차는 인천국제공항의 순환노선.제주.유성 등지의 관광노선에 먼저 깔릴 확률이 크다.

소음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기존 전철.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싼 것이 특징. 고속전철과는 달리 셔틀이나 수도권 도시를 잇는 경전철로도 유망. 2002년까지 모두 2천여억원을 들일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도 최근 대전에서 착공에 돌입했다.

지난 95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설 기초과학지원연구소와 삼성기반기술 연구소.포항공대.원자력연구소 등에서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핵융합이란 물속에 녹아있는 특수한 수소를 섭씨 1억도 안팎의 높은 온도에서 결합시키는 핵분열보다 훨씬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최근 외화 '세인트' 에서도 겨울에 땔감이 모자라 시민이 얼어죽게 된 러시아의 에너지난을 풀어주는 획기적 해결책으로 묘사된 바 있을 정도로 차세대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다.

막대한 연구비와 높은 건설수준이 필요해 러시아.일본.유럽의 국제 공동연구가 진행 중. 국제 공동연구는 지난 7월 공학설계가 끝나 200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별도로 독자적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등유와 액체산소를 일정 비율로 섞은 액체연료를 사용한 국산 과학로켓 3호 개발도 한창이다. 이 액체연료는 연료효율이 좋아 거대한 로켓을 우주에 띄울 수 있는 것이 장점. 이미 고체추진체 (화약) 를 폭발시켜 우주로 띄우는 로켓 2호는 항공우주연구소.한국과학기술원.서울대.연세대.한양대 등이 지난해 6월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에 비해 값이 싸 발사비용이 적게 들어 산업용이나 우주개발용 등 활용용도가 무궁무진. 3호 로켓은 2003년까지 5백80억원을 들여 4백㎏ 탑재물을 달고 2백㎞ 상공까지 발사되는 것이 목표다.

2호 로켓보다 탑재중량이 3배 가량 무겁고 최대 고도도 60㎞ 이상 높아지게 된다. 3호 로켓이 개발되면 이를 토대로 2005년까지 5백~1천㎏급 저궤도 위성을 발사할 우주로켓을 완성하게 된다. 북한의 인공위성 파문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5년이나 앞당겨진 상태.

생명공학 분야도 주요 연구개발 분야. 이미 고가의 의약물질인 백혈구 증식인자를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는 형질전환 염소가 지난해에 태어난 바 있다.

백혈병 환자의 골수이식이나 암환자의 화학요법에 쓰일 이 물질이 흑염소의 젖에서 대량생산되는 일이 멀지 않았다.

한국과학기술원과 생명공학연구소.충남대.한미약품㈜이 4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 2000년대 초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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