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전원 예선 탈락 … 차기 개최국 한국 육상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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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종목엔 아예 출전조차 못했고, 경쟁력이 있을 거라던 ‘틈새 종목’과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마라톤에서도 맥을 못 췄다.

이번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받아든 한국팀 성적표는 참담했다. 남자 110m 허들을 제외한 100, 200m 등 트랙 종목은 기준 기록 미달로 출전권을 얻지 못했고 여자 장대높이뛰기, 남자 세단뛰기, 남자 경보 등 일부 틈새 종목에서 상위권 진출을 노렸지만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표 참조>

여자 장대높이뛰기 한국기록(4m35㎝) 보유자 임은지(20·연제구청)는 4m10㎝에 그쳐 최하위로 예선을 마쳤다. 2년 전 오사카대회 세단뛰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선에 올랐던 김덕현(24·광주광역시청)은 오히려 퇴보했다. 자신의 한국 최고기록(17m10㎝)에 훨씬 못 미치는 16m58㎝로 24위에 그쳤다. 멀리뛰기에서도 7m99㎝로 예선 15위에 그쳐 1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 경보 20㎞에서는 3명이 출전했지만 박칠성(27·삼성전자)이 거둔 1시간24분01초(2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한국 허들의 희망 이정준(25·안양시청)도 주춤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110m 허들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1회전을 통과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36위(13초83)로 일찌감치 귀국행 보따리를 쌌다. 마지막 보루였던 남자 마라톤은 더욱 심각하다. 이봉주(39·삼성전자)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후 기대를 모았던 지영준(28·경찰대)은 레이스 도중 발바닥 통증으로 중도 포기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이명승(30·삼성전자)의 성적은 46위, 기록은 2시간21분54초에 불과했다. 2년 전 은메달을 따냈던 남자 마라톤 단체전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최악의 성적을 거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표팀을 재정비해야겠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대구 대회에서 국민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육상연맹도, 선수도, 지도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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