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본회의 못열어 72개 법안 처리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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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는 98년을 보내는 마지막날인 31일까지 여야간, 그리고 여여 (與與) 간 대립으로 얼룩졌다.

국회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안기부의 대 (對) 국회사찰과 검찰의 자민련 대전시지부 압수수색 문제를 놓고 이날 종일 대립과 소동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각종 규제개혁 관련법 등 72개 법안들의 처리가 해를 넘기게 됐으며, 경제청문회 등 정치 현안들이 산적한 새해 정국은 정초부터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안기부의 국회 사찰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의 파면 등을 요구하는 등 당력을 총동원해 대응키로 했다.

한나라당 의원.당직자들은 문제가 된 본청사 529호실의 공개를 요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인 끝에 지난해 12월 31일 밤 취재.사진기자들을 설치된 바리케이드 밖으로 물리친 뒤 망치 등으로 529호실 문을 부수고 진입, 사무실 안에 있던 서류 등을 뒤졌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충돌과정에서 국회 사무처 간부에게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편 자민련은 검찰의 지난 30일 대전시지부 사무실 압수수색과 관련, 총재단회의 등을 통해 법무당국과 국민회의에 강력한 항의표시를 하는 선에서 봉합하기로 했으나 대전출신 의원 등이 강력히 반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갈등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총무회담 등을 통해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을 잇따라 벌였으나 사무실내 문건 등의 조사방식과 공개범위 등에서 입장이 맞서 난항을 겪었다.

한나라당 박희태 (朴熺太) 총무는 "정치인 사정이 야당 파괴를 위한 정략임이 드러난 이상 대상 의원들의 보호를 위해 임시국회를 계속 열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계속 투쟁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권은 "문제의 사무실은 국회 정보위와 관련한 통상적인 업무 보조를 위해 과거부터 있던 것" 이라며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의 지연과 사정대상 의원 보호를 위해 생트집을 잡고 있다" 고 주장했다.

김석현.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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