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힙합듀오 '드렁큰 타이거' 국내 데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92년 LA 흑인폭동 당시 인기 흑인래퍼 아이스 큐브는 '블랙 코리아' 란 곡으로 한국인들에게 폭동의 원인이 있는 것처럼 몰아붙였다.

그러자 LA의 힙합전문 라디오에서는 이 곡을 정면 반박하는 랩이 흘러나왔다.

'콜 미 타이거 (호랑이라 불러다오)' 란 제목아래 호랑이처럼 당당한 한국인의 기상을 표현한 이 곡은 물흐르듯 거침없는 가사.창법으로 호평을 받았다.

노래의 주인공은 '힙합에 취한 호랑이' 란 이름 외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였다.

최근 PC통신에서 화제를 모으고있는 힙합듀오 '드렁큰 타이거' 의 탄생경위다.

두 범띠 교포 젊은이, 타이거JK와 DJ샤인이 LA폭동 당시 뭉쳐 출범시킨 드렁큰 타이거는 6년간 LA 힙합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해오다 최근 국내에 데뷔했다.

가사를 중시하는 이스트 코스트 (동부) 랩에 재즈와 자메이칸 레게를 섞은 정통 힙합으로 특히 라임 (각운)에 신경 쓴 흔적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무겁게 느껴지지만 반복해 들어보면 은근히 몸이 움직여지는 매력이 있다.

데뷔음반이 나오기도 전에 PC통신에 팬클럽이 개설될 만큼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런 색깔 때문으로 보인다.

드렁큰 타이거는 흑인과 거의 똑같은 랩 테크닉을 자랑스레 내세우며 굳이 '한국적인 힙합' 을 추구하지 않는다.

타이틀곡 '난 널 원해' 등 3곡을 빼곤 수록곡 대부분이 영어로 불려진다.

"힙합은 이미 록이나 재즈처럼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장르가 됐고, 흑인만의 음악이 아니라 백인들에 눌려사는 모든 소수민족의 음악이예요. 그러나 국내에는 힙합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이 극히 드물어요. 우리가 그런 음악을 해서 국내 힙합을 살찌우고 싶습니다. "

1살때 부모를 따라 도미한 이들은 어릴 적부터 동네 흑인아이들과 힙합을 부르며 자랐지만 흑인폭동으로 상처를 입고 흑인을 증오하는 경험도 했다.

"하지만 다시 힙합을 부르면서 그들과 우리 모두 고통받는 사람들임을 깨달았어요. 힙합은 서로 관용하고 돕게 만드는 마법같은 음악입니다. "

강찬호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