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한해 길목 마음 비추는 책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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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모든 구름에는 은빛 자락이 있다' . 검은 구름도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환해지는 곳이 생기듯 암담한 상황에도 희망이 있음을 비유한 영국 속담이다.

혹독했던 돌풍속에서도 그 '은빛 자락' 을 찾는 소망이 있었기에 결코 올 한해가 절망은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한해는 우리에게 '더 밝은 빛을 찾으라' 며 밝아 오를 터. 98년의 모퉁이. 돌이켜보고 또 내다보고. 그런 되새김과 움켜짐이 필요한 시절이다.

이 때를 맞춰 '희망' 이 체화된 사람들의 얘기를 묶은 책들이 속속 출간됐다.

남다른 일을 한 주인공 혹은 오직 꿈만 가진 이들의 얘기. 한결같은 메시지는 "당신도 희망을 갖는 데는 예외일 수 없다" 는 것이다.

마라톤을 화두로 들고 나온 나은경씨. '인생? 마라톤!' (베스트셀러.7천5백원)에서 그는 마라톤이 곧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있어' 란 남편의 주저없는 한마디에 30대 중반이었던 10년전 마라톤 완주의 꿈에 도전한 그다.

불가능하리란 주위의 시선에 "재능은 유한하나 노력은 무한하다" 란 말로 한 주에 75㎞를 달리는 훈련을 이겨냈다.

그 결과가 97.98년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 4시간이내로 완주하는 작은 신화를 창조해낸 것. "마라톤을 하며 오르가즘을 느낀다" 고 주저없이 말한다.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은 지난 10년동안의 마라톤연습에서 배웠다는 그는 마라톤에서 얻은 정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금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책의 반은 자신의 마라톤 배우기로 메우고 나머지는 인생의 성공적 전략에 관해 설파하고 있다.

현재 나씨는 미국 뉴욕에서 기업 컨설팅회사 '나 & 어소시에이트' 를 경영하는 캐리어 우먼이다.

박카스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박경진군. 새벽마다 미화원 아버지를 도우며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지난해 서울 법대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그가 '아버지가 사는 이유, 내가 공부하는 이유' (창작시대.6천5백원) 를 냈다.

그 이력으로 볼 때 뭔가 특별해 보이는 박군.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의 일기장같은 책이 보여준다.

가난한 생활을 원망하기도 했고 아버지가 청소부라 그것을 숨기려 고민했던 일이 있는가 하면 외국어고 입시에서 떨어졌을 정도로 타고난 천재도 아니었다.

박군에게 가진 것이 있다면 긍정적인 사고와 희망이다.

어려운 환경은 '아픔' 이라기 보다 '경험' 이라 생각했고 어차피 해야할 공부라면 즐기면서 하자고 다짐했던 것. 그러면서 한시도 놓지 않았던 미래에 대한 꿈이 그를 현재에 이르게 했다고 말한다.

'여보 힘내세요' (지원북클럽.7천원) 는 이 시대의 아내들이 쓰는 사부곡 (思父曲) 이다.

체루 (涕淚) 성의 사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가슴 뭉클한 사연들을 번역가 박서래씨가 모았다.

남편의 실직과 사업 실패의 고통. 그들은 결코 주저 않지 않는다.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또는 구직과 재기에 대한 희망으로 승화시켜 낸다.

그들의 이름이 드러나진 않지만 절망속에서 꽃이 피고 어둠속에 훤히 빛나는 아름다운 얼굴들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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