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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공부하라 닦달만 하고…엄마·아빠는 내 맘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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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푸른 5월을 맞아
당신은 자녀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가.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역시 사랑이다.
문제는 자식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의 의사를 무시하고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부모가 많다는 점.
이 때문에 행복감을 상실한 채
좌절하는 어린이도 많다.
그런 어린이들의 부모에 대한
바람은 무엇일까.
혹시 이 한 마디 아닐까.
"내 말에 귀 좀 기울여 주세요!
(Listen to Me!)"
아이들은 자신에 관한
일의 결정에 참여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유엔의
'아동 권리 협약'에
명시된 권리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기 위해
부모가 배려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본다.

◆ 눈높이를 아이에 맞춘다=자녀에 관한 모든 일은 '어린이의 수준과 시각'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어린이도 자신의 연령과 지능 수준에 따라 자신의 일에 대한 의견과 주장이 있으며 어른은 이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동요를 듣고 따라해야 할 나이에 악기를 가르치면 아이는 음악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기 쉽다. 또 초등학생에게 1시간씩 앉아 뭔가를 배우고 익히기를 강요하면 '공부=지겹고 싫은 일'로 각인된다.

정 교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어릴수록 짧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두 돌 된 어린이는 집중력이 5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점차 길어져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40~50분으로 늘어난다는 것.

힘들고 싫은 과제를 강요받은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감과 분노심을 느낀다. 정 교수는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아이는 불안.우울.정서 불안.반항심 등을 갖게 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아이가 "힘들다"는 말을 할 땐 아이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고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아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충분히 필요성을 설명해 아이가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어린이들이 불쾌함과 좌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아무개는 잘하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식의 남과 비교하는 말을 들을 때다. 사실 이는 어른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아이를 기준으로 내 아이를 못한다고 비난하기 전에 '만일 내 남편이, 혹은 내 아내가 1등짜리 남편이나 아내와 빗대 나를 폄하한다면 내 기분이 어떨까'란 생각을 먼저 해보라"(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신민섭 교수). 아이가 상위권이기를 바라기 전에 과연 나는 최고의 부모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또 자녀에게 무조건 "남보다 잘하라"고 닥달하지 말고 지능검사.심리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객관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교수는 "누구나 장점이나 소질이 있게 마련이며 이를 찾아내 개발해 주는 게 부모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 충분히 놀게 한다=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신 교수는 "어린이에게 놀이와 공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어린이들은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사회생활, 문제 해결 능력, 상상력, 지능 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키운다"고 밝힌다.

놀이는 일상에서 겪게 되는 분노심과 좌절감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아이가 충분히 놀이를 즐기려면 하루 시간표가 느슨하게 짜여져야 한다"고 밝힌다. 예컨대 유치원생이라면 이닦고 세수하기, 엄마와 함께 자기, 방 정리하기 등을, 초등학생이라면 학교 숙제, 준비물 챙기기, 자기 일 스스로 하기 등 꼭 필요한 일만 정해진 시간에 하도록 시간표를 만들라는 것.

이에 비해 어린이에게 장시간 앉아서 한글, 영어 알파벳이나 단어, 덧셈.뻴셈 등을 공부하도록 하는 주입식 교육은 창조적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기도 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 부모가 명심해야 할 것들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한다(지능검사.적성검사 등)

▶아이들은 제각각 다양한 개성을 타고난다

▶아이도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인격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는 단지 자녀의 후견인이다

▶아이가 느끼는 행복감, 즐거움, 정서적 안정 등이 공부보다 훨씬 중요하다

▶놀이는 어린이 지능.정서 발달을 위한 최고의 학습이다

▶공부 이외의 주제로 아이와 하루 20분 이상 대화한다

▶또래는 경쟁관계가 아닌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반복 설명해준다

▶아이의 하루 시간표는 꼭 해야 할 숙제 등만 빼곤 느슨하게 짠다

▶이것저것 시키기 전에 '내가 아이라면'이란 생각을 꼭 해본다

▶자기 몸 챙기기, 자기 방 정리하기 등 공부 이외의 자기관리를 가르친다

▶장점을 발견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단점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로 본인이 납득하도록 설명한다

▶교우관계.정서문제 등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가 상담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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