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위 첫 전체회의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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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건국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준비단계에서 빚어졌던 "관주도 시민운동이다" "자문기구로서의 영역을 넘어선 초법기구다" 라는 논란을 딛고 '개혁추진체' 로서 시동을 건 것이다.

제2건국위는 발족 이후 첫 전체회의를 23일 열고 그동안 7대 국정과제별로 3개씩 21개의 기획과제를 확정했다.

이 가운데 우선 내년 초부터 당장 추진할 중점추진과제는 정부혁신과 경제살리기 등 7개로 정해졌다.

특히 정부혁신의 경우 그동안 기획예산위원회 등 몇몇 부처가 우회적으로 제동을 걸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정부개혁 없이 국민운동을 추진할 수 없다" 고 밝혀 추진력이 붙게됐다.

이에 앞서 제2건국위 상임위 회의에서도 시민단체와 학계 대표들은 "정부개혁이 빠지면 제2건국운동은 알맹이가 빠지는 것" 이라고 지적했었다.

이같은 시비를 의식해 제2건국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업무한계를 명확히 했다.

변형윤 (邊衡尹) 위원장은 "개혁추진 방향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되 자문기구로서 역할과 한계를 엄격하게 지킨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2건국위 관계자는 "정부개혁에서 손을 뗀다는 뜻이 아니다" 며 "정부개혁 등 제도개혁 과제를 수행하되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건의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제2건국위가 집행기구가 아닌 만큼 개혁작업은 각 부처가 추진하고 제2건국위는 이를 '적극적으로' 협조.지원한다는 것이다.

제2건국위가 추진하는 개혁과제는 크게 ▶기획과제 ▶국민제안과제 ▶부처추진과제의 3개 부문. 기획과제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기획단 분과회의.상임위원회 등 각종 토론회와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된 21개 내용들이다.

이들 과제는 시급성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1단계 중점추진과제가 우선적으로 내년 1월부터 추진된다.

2, 3단계 기획과제는 4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국민제안과제는 국민이 생활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으로 제2건국위의 접수센터에 최근까지 4백36건이 접수됐다.

"민원제출 때 은행처럼 순번표를 활용하자" "전세계약 때 공인중개사에 국세체납 확인의무를 부과하자" 는 등의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부처추진과제는 정부 부처별로 선정된 제2건국 개혁과제로 모두 99건. 기존의 제도개혁 과제가 부처 중심이었다면 제2건국 개혁과제는 수요자.시민의 입장에서 선정됐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장기과제인 '실력우선 사회조성' 을 목표로 문화예술분야 문하생의 학력인증제와 직업능력인증제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제2건국위는 이러한 개혁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내년 한해를 '제2건국 추진의 해' 로 정했다.

올해가 제2건국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였다면 내년은 본격 점화.실천한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더이상 추진주체와 관련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 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문제는 국민여론이 얼마나 따라주느냐다.

제2건국위는 각종 토론회.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여론 수렴체제를 확립하고 민간단체와의 정례모임과 공동연구를 통해 협력체제를 강화하며 민간부문의 국민교육을 다양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또 프로그램별로는 예산지원이 가능토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성공의 열쇠는 거창한 슬로건보다 작은 실천의 누적이란 시민운동 전문가들의 지적.

'신한국 창조' 나 '세계화' 처럼 모래성이 안되려면 단기적인 성과위주보다 지속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추진주체의 인내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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