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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자영업자 재기 쉽게 밀린 세금 ‘사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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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업 실패로 폐업한 영세사업자가 내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을 할 경우 최대 500만원까지 체납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2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친서민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서민·중산층 세제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영세 자영업자의 회생을 돕고,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법이 개정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자영업자 지원=지금은 자영업자가 사업 실패로 재산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면 체납세액에 대해 결손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5년 내 재산이 발견되면 결손처분이 취소되고, 정부가 세금 징수에 나선다.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세금을 갚기 전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편법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사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폐업한 영세사업자가 내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을 할 경우 결손 처분된 사업소득세·부가가치세에 대해 500만원까지 납부 의무를 없애주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결손 처분된 금액도 포함된다. 이른바 체납세금 대사면이다. 최근 5년간 500만원 이하 결손처분 개인사업자는 40만 명(총 44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결손처분된 세금이 500만원이 넘더라도 500만원까지는 납부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합치면 약 80만 명에게 1조원가량의 세금지원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세금 체납으로 신용이 깎이는 일도 최대한 막기로 했다. 현재는 500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하면 해당 자료가 신용정보기관에 통보돼 금융거래가 제한된다. 정부는 이 기준을 향후 2년간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미 신용정보기관에 통보된 500만원 이하 체납자의 체납정보도 삭제된다. 기획재정부 윤영선 세제실장은 “체납자 45만 명 가운데 38만 명이 금융거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자녀가 ‘만 6세가 되는 달’까지 받는 보육수당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던 것을 앞으로는 자녀가 ‘만 6세가 되는 연도 말’까지로 확대했다.

◆서민 소득공제 혜택 확대=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도 신설된다. 그간 전세자금 대출금은 원리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줬지만, 월세는 제외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월세 소득공제 대상은 부양가족이 있고, 연봉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 세대주다. 공제액은 연간 300만원 한도로 월세 지급액의 40%다.

예컨대 월세로 62만5000원을 낼 경우 연간 3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연봉 30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이 보통 소득세 최저세율 6%를 적용받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최대 18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납입액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받게 된다. 연간 납입액(120만원 한도)의 40%까지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연 120만원을 납입한 경우 40%인 48만원이 소득에서 공제된다. 단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근로자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 명의로 가입했거나 자영업자, 세대주가 아닌 주부 등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모 봉양 세대 혜택 확대=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대책에 포함됐다. 1주택자가 부모를 모시고 살다 부모로부터 다른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상속 전부터 보유하던 주택에 대해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부모와 떨어져 살다 주택을 상속받은 이의 기존 보유 주택에 대해서만 비과세를 적용해왔다.

개인만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할 수 있던 것을 앞으로는 기업도 가능해진다. 납부한도는 개인·기업 모두 500만원으로 결정됐으며, 대상도 모든 세목으로 확대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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