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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차, 엔화 강세에 경쟁력 일제히 덜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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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차 업체 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일본 수입차는 프리미엄급인 렉서스·인피니티와 대중차인 혼다·닛산·미쓰비시 5개 브랜드다. 오는 10월이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브랜드인 도요타가 한국에 들어온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수입차 시장의 35%를 점유하던 일본 수입차 업체들은 엔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올 상반기에는 24%까지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폴크스바겐·아우디 등이 신장하면서 유럽 수입차가 강세다.

분기점은 도요타의 한국 진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세계 최고 연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가격도 예상보다 저렴한 3000만원대로 정했다. 프리우스만 월 500대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인 캠리를 들여온다. 2.4L 휘발유 모델과 하이브리드 두 종류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라브4는 혼다의 인기 차종인 CR-V와 맞대결을 할 양상이다. 도요타는 내년부터 월 1000대 판매를 자신하고 있다. 이는 수입차 1, 2위권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가장 부진한 업체는 혼다코리아다. 올해 1, 3월 두 번이나 가격을 올렸다가 판매가 급감하자 6월 올린 폭 대부분을 다시 내렸다. 하지만 좀처럼 판매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가격정책의 실패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른 일본 업체가 엔화 강세를 원가절감으로 참아낸 것에 비하면 더 그렇다. 혼다는 엔화 강세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 상반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나 떨어졌다. 수입차 1등에서 중하위로 추락한 것이다.

닛산의 부진은 의외다. 닛산은 지난해 10월 엔화 강세가 시작될 때 한국에 진출했다. 당시 수입차 시장에서 혼다의 독주가 지속돼 대항마의 하나로 닛산을 점쳤다. 닛산은 혼다 어코드와 비슷한 가격에 알티마(3.5L 3980만원)를 내놨다. 올 초 가격이 올라가면서 침체에 빠진 어코드 시장을 그대로 가져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알티마의 판매 부진은 오래가고 있다. 올 상반기 닛산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혼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닛산이 고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가장 큰 약점은 국내 소비자들이 닛산 차를 수입차라기보다는 르노삼성의 아류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한계다. 알티마는 SM7과 플랫폼(엔진과 차체)이 거의 비슷하다. 중형 SUV인 로그는 QM5의 판박이다. 오히려 가격이 20% 정도 저렴한 QM5의 인테리어가 더 좋다는 평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닛산만의 개성이 사라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된 닛산 차가 르노삼성 모델과 명확한 디자인 차이점이 없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폼을 내고 타는 수입차라는 차별된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알티마·로그·무라노 세 종류뿐인 모델의 한계다. 지난달 스포츠카 GT-R과 370Z를 내놨지만 이는 매니어를 위한 차다. 닛산은 일본에서 40여 가지 다양한 모델로 도요타와 경쟁한다. 특히 소형차가 강세다. 닛산코리아는 이런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내년 초 ‘소형 박스카 원조’인 큐브를 수입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는 아직도 월 판매가 50대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 하반기 지방 딜러를 3, 4개 개장하면 내년 초엔 월평균 100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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