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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동의보감, 왜 세계기록유산 됐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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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사 주요 내용: 유네스코는 중앙아메리카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제9차 세계기록유산 국제 자문위원회에서 『동의보감』 초간본과 함께 마그나카르타(영국), 안네 프랑크의 일기(네덜란드) 등 35편을 신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동의보감』은 16세기 이전의 동아시아 의학관련 서적 1000여 권을 집대성한 의학백과사전이다. 문화재청은 이 책이 한국적인 독창성을 갖고 있다는 점과 세계 최초의 ‘공중 보건 안내서’라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돼 있는 『동의보감』 한글 필사본의 모습左. 오른쪽은 관련 기사를 토대로 허준과 ‘가상인터뷰’를 한 NIE 작품上과 마인드맵.

◆생각 키우기

①기록을 왜 남기고 보존해야 하나

기록은 1차적으로 과거에 대한 정리다. 기록을 통해 규명된 역사는 현실을 성찰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개인이나 사회·국가가 미래의 비전을 정확하게 설정하려면 현재의 성공과 실패, 노하우를 객관적으로 서술한 기록 유산이 필요하다.

기록유산의 생산과 보존이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일본과의 독도 분쟁도 그 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부터 일본은 수많은 연구논문과 홍보자료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와 지도, 사전에 등재 기록을 바꿔왔다.

2008년 7월에는 미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표기를 ‘리앙쿠르 암’으로 바꾸고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기록이 곧 역사다’라는 말이 확인된 셈이다.

②『동의보감』은 기록유산으로 어떤 가치 있나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할 때는 영향력·시간·장소·사람·주제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 지대한가,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특정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가, 역사와 문화에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가 등을 판별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허준이 1596~1610년까지 15년에 걸쳐 완성한 방대한 실용 의학 서적이다. 이전까지는 의학이 불교나 도교 등 종교의 영향을 받아 과학성이 결여됐었다. 『동의보감』은 질병의 증상에 따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와 쉬운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어 과학적이고 실증적이다.

『동의보감』을 지식인이 아닌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한 공중 보건 안내서로 만든 데서 허준의 남다른 애민(愛民) 정신도 찾아볼 수 있다.

③기록유산을 보존·활용할 방법은

영국은 1215년 만들어진 마그나카르타(대헌장)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고 미국의 대통령기념관에는 재임 당시 비서가 건넨 사소한 메모 한 장까지도 보존돼 있다.

우리나라는 기록의 보존 관리나 활용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의 원본이 분실됐고 외국 정부와 체결한 조약 46건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원천인 기록물이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록보존 기능을 강력히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모든 기록물을 일원적으로 통합 관리할 기구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또 기록물을 취급할 전문 인력의 양성이 뒷받침돼야 이런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다.

박형수 기자

※www.jnie.co.kr에 다양한 생각키우기 문제와 예시답안이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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