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늘어난 명퇴자에 퇴임행사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표창을 관행대로 단상에서 해야하나 단하로 내려가 해야하나 - ' . 정년.명예 퇴직자가 쏟아지자 서울시가 이들의 퇴임식을 앞두고 색다른 고민에 빠졌다.

연말에 서울시를 떠나는 공무원들은 정년퇴직자 3백56명과 명예퇴직자 4백28명 등 모두 7백84명. 1백명 안팎이던 예년에 비해 8배 정도 많은 숫자다.

퇴직자의 급격한 증가는 그동안 허용돼 오던 정년연장 (3년간) 이 철회된데다 지난 8월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발생한 무보직자들이 대거 명예퇴직을 신청했기 때문. 시는 퇴임식을 29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퇴직자들이 대부분 장기근속에 따른 표창 대상자들로 숫자가 너무 많아 표창형식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예년처럼 퇴직자들이 단상에 올라와 훈장이나 대통령.시장 표창장 등을 받을 경우 몇 시간이나 걸릴지 계산조차 어렵다는게 시 관계자의 고백이다.

시는 고민 끝에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퇴직 공무원들만 초청, 한 줄씩 걸러 앉힌 뒤 고건 (高建) 서울시장과 3명의 부시장이 단상 아래로 내려가 표창하는 '묘안' 을 짜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퇴직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반대도 만만찮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평생 공직에 근무한 퇴직자들은 시장으로부터 부부가 함께 표창장 받는 것을 보람으로 알고 있다" 며 "IMF 이후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 생각돼 서글프다" 고 씁쓸해했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