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세풍.총풍 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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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간의 세풍.총풍 공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여야 모두 최고 수뇌부를 겨냥한 의혹을 여과없이 흘리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 총재회담 전의 경색국면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북한과의 내통 의혹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여권은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에 상당히 깊숙이 개입한 징후를 포착했다고 암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세는 장석중 (張錫重).한성기 (韓成基) 씨 등이 북과의 거래를 주선한 현정부의 비선 (비線) 대북 밀사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집중돼있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측이 북풍을 자제해주는 대가로 1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는 張씨의 법정진술과 현대의 금강산 개발 및 관광사업을 연결시키고 있다.

또 張씨가 주장하는 활동과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교수의 방북활동은 곧 현 여권의 대북 커넥션의 하나라는 의혹을 확산시키며 이를 '대북 내통상황' 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택수 (安澤秀) 한나라당 대변인은 21일 "張씨의 주장대로라면 집권세력 핵심부에 북과의 내통세력이 자리잡고 있다" 며 金대통령이 인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발언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것은 세풍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즉 세풍 재판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李총재의 개입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풍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이날 張씨와 金교수 등 총풍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세풍에 대해선 李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 씨에 대한 가혹행위 주장 외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같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여권은 청와대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이 "사실이 아니라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여전히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국세청 불법 모금사건의 폭발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인사는 "임채주 (林采柱) 전 국세청장의 진술 외에도 李총재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재판이 진행될수록 李총재는 불리해질 것" 이라고까지 예견했다.

결국 현 정국은 야당의 북풍과 여당의 세풍이 서로의 목을 겨냥하며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고 있는 셈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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