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미술 애호가의 '이유있는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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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얼마 전 한 미술잡지에 최근 몇몇 화랑에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고급 레스토랑을 비판하는 독자 투고가 실렸다.

화랑의 레스토랑 설치는 미술과 일반인을 가깝게 연결하는 괜찮은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 독자는 "그렇더라도 상류층을 겨냥한 고가의 식당은 일반인들의 휴식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며 "많은 이들이 미술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미술을 둘러싼 시스템에서 위화감을 느끼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 독자편지가 흥미로운 이유는 화랑의 주 고객을 과연 누구로 볼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객은 과연 그림을 '사러 오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일까. 화랑의 주업무가 미술품의 거래라고 한다면 당연히 전자다.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을 안좋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것도 그것이 구매력있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카드로 기능하며, IMF상황 하에서는 식당업 자체가 불황타개책의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선 주말이면 전시가 열리는 화랑가로 구경 나오는 사람들도 화랑의 또다른 고객으로 봐야 한다.

특히 중앙박물관.경복궁 등 단골 나들이 장소를 끼고 있는 삼청동과 사간동 일대 갤러리들의 경우는 더하다.

미술인들이 원하는 미술 저변 확대는 화랑을 구경하는 이들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술품 거래도 궁극적으론 층이 두터워지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너무 전시를 안 보러 온다" 며 한탄하기에 앞서 과연 '구경하는 고객' 에게 얼마나 심리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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