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 추정보다 1,000만년이상 '늦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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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중국과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년 전의 인류화석이 발굴돼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현대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사람)라는 말 뜻 그대로 자신의 뿌리를 궁금해하는 사고력을 '운명적'으로 지닌 채 태어난 존재. 최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류의 기원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추적해 본다.

생물학적으로 인과(人科), 즉 사람의 조상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는 언제쯤 생겨났을까. 상당수 고고.인류학자들은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화석연구를 근거로 1천5백만~2천만년 전을 그 시점으로 꼽았다.

다시 말해 그전까지는 사람과 유인원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의 구분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 들어 사람과 유인원의 분리시점은 5백만~7백만 년 전으로 크게 늦춰졌다. 이는 현대 인류와 유인원의 유전자를 생화학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

한 예로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최소 95%이상 동일하다는 결과는 서로 분리 진화해온지가 상대적으로 멀지 않다는 뜻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박순영박사는 "생화학적 증거와 화석연구를 종합할 때 사람.원숭이의 공통조상에서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것은 오랑우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후 수백 혹은 수천만 년 동안 사람.고릴라.침팬지는 '한갈래'로 진화해 온다.그러다 고릴라가 먼저 갈라져 나가고 이 직후 침팬지와 사람이 각각 다른 길을 걷게됐다는 것. 이 때가 바로 5백만~7백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분리진화 시기가 화석으로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 지금까지 인과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94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로 4백40만년전 것. 초원보다는 숲속을 어슬렁거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라미두스는 이빨이 사람보다는 침팬지에 가깝지만 두발 걷기에 적응한 점이 평가돼 인과의 특징을 갖춘 것으로 결론이 났다.

라미두스에 바로 뒤이어 아프리카 동부에 출현한 존재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일명 루시). 루시는 이빨이 침팬지보다는 사람에 가까우며 뛰기보다는 걷기가 편했던 골반과 두발구조를 갖췄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루시는 곧바로 현대인류로 진화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략 3백만 년 전 서너 뿌리로 갈려 한 동안 경쟁하며 살았다. 이들 중 몇 차례의 진화 가지치기 끝에 살아 남아 현대인류의 중간 조상의 역할을 한 것이 호모 에렉투스. 1백80만 년 전쯤 출현한 에렉투스는 30만년 전까지 살아 남으면서 '인류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

바로 머리를 키운 것. 초기 9백㏄가량이었던 에렉투스의 머리는 후기에는 평균 1천1백㏄가량으로 현대인 (평균 1천3백50㏄)에 근접한다. 이는 에렉투스가 머리를 사용하며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 에렉투스는 이전의 인과가 아프리카에서 집중 발굴된 것과는 달리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화석이 발굴됐다.

또 현대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로 갈라져 진화한다. 이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인과 역사에서 비운의 존재인 네안데르탈인. 적어도 12만년 전부터는 호모 사피엔스와 한동안을 경쟁하며 살았던 이 존재는 현대인보다 더 큰 머리, 튼튼한 몸에도 불구하고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최후의 승리자로 남은 오늘의 인종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경쟁하며 진화할지 궁금하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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