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상원,피노체트 면책특권 박탈 다시 심리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국 최고법원인 상원 재판부는 17일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83) 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정하는 지난달 25일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새로운 심리를 열 것을 결정했다.

지난번 재판부와는 다른 판사진으로 구성된 상원 재판부는 "지난달 결정 당시 5인 재판부중 1명인 레오나르드 호프먼 판사가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인터내셔널)에 관계하고 있어 편견이 작용했을 수 있다" 는 피노체트 변호인의 청원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호프먼 판사를 제외한 당시 재판부 판사 4명도 상원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구두로 찬성의사를 밝혀 호프먼 판사는 재심재판부 참여자격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원재판부는 새로운 재판부를 구성해 내년 1월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에 대한 심리를 다시 열 예정이다.

상원 재판부의 니컬러스 브라운 윌킨슨 재판장은 이번 결정을 발표하면서 "국제사면위원회와 관련된 판사가 자신의 연관사실을 미리 밝히지 않았다.

사면위원회와 연관이 있었다면 상원 재판부에 앉지 말았어야 했다" 고 밝혔다.

피노체트의 변호인측이 문제 삼은 호프먼 상원의원은 현재 국제사면위원회의 기금담당지부를 이끌고 있으며 그의 아내 길리언도 지난 77년부터 사면위원회 런던지부에서 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상원의 이번 결정은 살인 및 고문혐의를 받고 있는 피노체트에 대한 사법처리를 원점으로 돌려 놓은 것으로, 피노체트의 스페인 송환은 더욱 요원하게 됐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