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이라크 4차례 미사일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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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욕 = 김수길.김동균 특파원]미국과 영국이 17일 오전 (바그다드 현지시간) 전격 단행한 이라크 공습을 놓고 국제사회와 미국 내 정치권에서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0시49분 (한국시간 17일 오전 6시49분) '사막의 여우 작전' 에 돌입,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전격적으로 개시했다.

양국은 오전 4시쯤까지 모두 네차례에 걸쳐 걸프해역에 배치된 전함들과 B52 폭격기에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3백여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라크는 이에 맞서 수도 바그다드 상공에 대공포 발사로 응전했으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국민에게 '성전' (聖戰) 을 촉구했다.

CNN 등 미 주요 방송이 생중계한 이번 작전은 91년 걸프전 이후 최대 규모로 바그다드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궁 등이 주된 공격목표였으며 최소한 5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은 전했다.

공격 직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대 (對) 국민 연설을 통해 "후세인이 치명적인 무기로 이웃 또는 세계를 위협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며 군사작전 필요성을 역설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공습시점과 관련, 19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교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라마단 기간에도 필요하다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강도 높게 비난했으며 일본은 지지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 쑨위시 (孫玉璽)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 "미국이 안보리 승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것은 유엔헌장과 국제규범 위반으로 이를 규탄한다" 고 말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미.영의 공격에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고 러시아 통신들이 17일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공격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은 유엔과 전세계, 그리고 개인적으로 슬픈 날" 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라크 공격에 대해 초당적인 지지를 표명키로 했으나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공격을 개시했다" 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공격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은 교전 대신 장

거리 미사일 공격을 택한 겁쟁이" 라 비난하고 "항상 신과 국가 및 인류의 적들에 대항해왔듯이 그들 (미국)에 저항하고 싸우면 신께서 승리를 내릴 것" 이라며 성전을 선언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91년 걸프전 이래 처음으로 이라크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군사령부 네곳을 설치, 준전시체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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