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중앙일보를 읽고

현 회장 보도, 정부 입장도 짚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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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여드레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17일 서울로 돌아왔다. 현 회장이 오랜 기다림 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것 자체가 여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130여 일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가 13일 풀려난 데 이어 금강산 관광재개 같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중앙일보는 방북 기간 내내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특히 12일자와 14일자 기사에서는 당국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현정은 회장을 ‘메신저’로 선택한 북한 측 의중을 다각적으로 짚었다. 북한이 유씨 석방을 계기로 경색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풀어 인도적 지원을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과 부담을 털어냄으로써 북·미 협상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이번 협상을 지켜보면서 나타난 국민의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 측이 현 회장을 초청한 배경과 의도, 그리고 협상 이후에 전개될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이었을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는 국민이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번 방북 협상의 안팎을 조망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됐다. 18일자에는 합의내용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실었다.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해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기로 한 사실을 단독 보도하는 등 당국의 후속대책도 발 빠르게 전했다.

아쉬운 점은 중앙일보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협상의 ‘숨은’ 주체인 우리 정부의 입장과 대응방침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와 분석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접촉을 포함한 외교적 협상은 늘 양파 껍질처럼 다층적이다. 이번 방북 협상의 표면적 주체는 현대아산과 북한이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을 ‘다리’ 삼아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정부와의 소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당연히 이번 협상 과정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생각과 목소리에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속내’를 읽어내는 것만큼이나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 ‘속내’를 설명해주는 것도 독자가 언론에 바라는 일이다.

현대아산과 북한의 협상 과정과 결과를 충실히 전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 당국 간에 전개될 수 있는 상호 작용의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전망을 좀 더 밀도 있게 다루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남북관계의 변동에 대해 국민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기 바란다.

이미란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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