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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MB의 닮은꼴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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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들에게 보험 혜택을 주자는 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의료개혁안인데 반발이 거세다. 궁극적으론 개혁에 필요한 1조 달러 이상의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문제다. 여당인 민주당은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고, 나랏돈도 쏟아 붓는 방향으로 대안을 만들었다. 이 안대로라면 연간 35만~100만 달러(약 4억3400만~12억4000만원)의 소득자는 1%, 100만 달러 이상 소득자는 5.4%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여당안을 사실상의 ‘부유세’라고 비판하면서 공방은 뜨거워졌다. 공화당은 연일 “성공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선 개혁안에 대한 찬성이 43%, 반대가 49%로 나왔다. 공화당 주장이 어느 정도 먹혀든 셈이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렵다. 취임 초 역대 최고(80%)를 자랑했던 오바마의 지지율은 최근 50% 아래로 주저 앉았다. 당연히 개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당 의원들이 지역구 타운홀 미팅(주민과의 대화)에서 삿대질을 당하자 타운헬(난장판) 미팅이란 개탄이 나온다. 이 와중에 개혁의 주체인 여당 의원들이 개혁안을 놓고 강온으로 갈리는 자중지란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가 의료개혁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현재로선 여론이 출렁이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모양새가 취임 6개월을 맞았을 때의 MB 정부와 닮았다. MB 정부는 지난해 여름 전기·가스·상하수도·의료보험 민영화 계획을 꺼냈다가 촛불집회가 공기업 민영화 반대시위로 둔갑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개혁의 취지나 대의가 옳다고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의료개혁으로 진퇴양난에 처한 오바마 정부나 1년 전 MB 정부나 개혁의 취지에선 박수를 받았다. 미 국민의 70%가 의료보험 개혁 자체에는 찬성한다. 우리의 공기업 수술도 비슷하다. 문제는 양쪽 모두 개혁의 시기와 대상·방법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구체적 전략 없이 줄줄이 내놨던 MB의 민영화 계획은 “한 달 수도세만 10만원을 넘는다”는 터무니 없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코가 쑥 빠진 미국 민주당에서 “정부의 홍보 전략 부재가 문제”란 반성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치를 몰랐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요즘 얼굴이 홀쭉해진 오바마 대통령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 아닐까 싶다.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