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목청이 갑자기 커졌다.
15일부터 강도높은 대여 (對與) 포격을 계속중이다.
현안들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서 사사건건 여권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세풍.총풍사건 등 외우 (外憂) 와 비주류와의 불화라는 내환 (內患) 까지 겹친 궁지를 '강한 야당투사' 로의 변신을 통해 돌파하려는 듯하다.
최악의 상황이 오리라는 연말.연초 정국을 앞두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매일 아침 열리는 주요당직자회의의 '5분 연설' 이 주요 창구다.
15일 "대통령이 나서 재벌 빅딜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 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16일에는 전방위로 불을 질렀다.
'안기부에서의 고문' '야당 정치집회에서의 테러' '민간인 정치사찰' 등을 열거하며 "오만스런 작태" 라는 표현까지 썼다.
" '국민의 정부' 는 종국에 가서는 '고민의 정부' 가 될 것" 이라며 조어 (造語) 도 동원했다.
이틀전 의원총회에서 "나는 내 자신을 버렸다.
잡아가두겠다면 들어갈 것이고 죽이겠다면 죽겠다" 고 선언한 그다.
동생 회성 (會晟) 씨의 구속까지 몰고온 여권의 공세를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비장함이 역력하다.
"위기 탈출을 위해 달리 방도가 없지 않느냐" 는 게 한 참모의 말이고 보면 이같은 기조는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일단 임시국회 소집으로 투쟁의 장 (場) 이 계속 서게 된 이상 이를 최대한 활용할 태세다.
당에 "교원정년 65세를 고수하라" 는 지시도 내렸다.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은 "사정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에 결코 응하지 않을 것" 이라며 李총재의 뜻을 전했다.
또 있다.
냉소와 비협조로 일관하는 비주류 문제에도 적극 대응으로 태도를 바꾼 모습이다.
"뒤에서 손가락질 말고 내게 직접 질타하라" 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李총재의 이같은 저항이 만만히 먹혀들 상황만은 아니라는 게 이면의 고민이다.
李총재와 한나라당을 목조르는 일련의 사건들은 여전히 여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때문에 강하다가 부러지느니 격랑을 비켜가는 정치력을 발휘하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
당장 체포동의안 처리 불가 방침에 한 중진은 "짧은 생각" 이라고 지적했다.
"처리는 하되 여당을 설득해 부결시키도록 하는 게 바로 정치력" 이라는 주장이다.
무작정 반대의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