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본 내년 경제전망]올해보다 다소 살아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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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 16일 발표한 경제전망은 '내년에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 이라는 게 골자다.

KDI는 지난 10월만 해도 '구조조정이 잘 되면 내년에 플러스, 잘 안되면 마이너스' 라는 '양다리' 전망을 내놓았었는데, 이번 수정전망에서는 내년 상반기부터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자신했다.

10월 이후 나온 각종 거시경제지표들이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인데다 5대 재벌의 구조조정도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플러스 성장의 근거로 KDI는 올해 전례없이 곤두박질쳤던 소비와 투자가 내년에 다소 살아나면서 내수가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가 올해 10.9% 감소에서 내년에는 2.5% 증가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불안심리가 점차 줄어들면서 '적어도 올해보다는 더 쓸 것' 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경제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려고 애쓰는 정부조차 소비의 증가세 반전에 아직 반신반의하는 실정이다.

설사 소비심리가 회복되더라도 실업.감봉 등의 여파로 주머니가 바닥나 있어 과연 '쓸 돈' 이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실업자가 20만명가량 더 늘어 1백70만명선에 달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KDI는 내년에 일자리가 올해보다 늘겠지만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그보다 더 늘고, 이중 상당수는 새로 실업자에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았다.

당장 졸업생이 대거 배출되는 내년 2, 3월이 최대 고비다.

기업들은 경기가 웬만큼 좋아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을 뽑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실업문제와 노사 대립이 경제회복의 최대 관건임을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여기다 앞으로 부실기업 정리가 미흡할 경우 금융부실이 추가로 생겨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결국 경제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전망기관들은 KDI보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플러스 성장으로 가는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KDI의 생각이 조금 다르다.

정부는 내년부터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인 반면 KDI는 여전히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에 대해서도 정부는 '좀 더 내리겠다' 는 입장인 반면 KDI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주식시장도 과열되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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