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정권교체 1년…갈길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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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년전 정부수립 50년만에 여야의 정권교체를 열망해 온 국민들에 의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됐다.

당시 이 지면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멀어졌던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하고 노력한 만큼의 과실이 균등하게 주어지고 고통의 분담 또한 한 계층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정치를 해달라고 새 대통령당선자에게 요구했다.

특히 IMF파동으로 팽배한 국민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정치에 대한 공황현상을 불식시키고 희망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진실성 있고 성취가능한 청사진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선거 공약이었던 '노사정 참여 고용안정 국민협약' 의 제정과 함께 고용안정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국민의 가정에 평화와 안식을 주고 정부의 투명한 정책수행을 알리는 등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어달라고 소망했던 기억이 새롭다.

1년 후 이제는 바닥났던 외환보유고가 5백억달러를 넘어섰으며 28억달러 상환을 시작으로 외채관리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자력을 갖추었다.

실업률을 감소세로 돌아서게 했으며 국제 통상외교의 성공으로 한국의 국제적 역량이 명실공히 아시아 공조의 중심역할을 위임받았다.

국제 신인도가 회복됨에 따라 이것을 본 미국.일본.태국.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등이 노사정위원회에 견학단을 파견하는 등 빠른 속도로 한국이 선진국들의 관심국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는 1년간 국민의 정부에 대해 신뢰를 버리지 않고 금모으기 운동 등 자발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해 외환을 모으는 고통분담의 대열에 참여했던 국민, 특히 근로자들이 대통령에 대해 기대와 협조의 정신을 발휘한 덕분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정치 공황현상은 오히려 1년전보다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국민에 대한 과실균등수혜와 고통공평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정부의 투명한 정책수행도 아직은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지난 1년간 겪었던 고통만큼 단호한 정치제도의 개혁입법과 능률적인 행정제도 개혁조치, 제2건국에 필요한 제반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또한 5대 재벌그룹의 구조조정이 획기적으로 진행되고 빅딜이 성사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을 통과해 내년 후반기부터 1.0%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서 2000년에 3.5% 성장률을 기록, 2001년 IMF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부터 지적 기반 위에서 건전한 정책대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 발전을 이룩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국제적 환경에 적응하고 국제사회에서 우위를 선점하는데 정치권과 정부가 합심 전력해야 한다.

유로화가 국제통화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국제 환경변화, 대기업 구조조정후 국제경쟁력 유지와 고용안정 후속대책도 국민의 정부가 떠안아야 할 몫이다.

새 대통령당선자를 탄생시켰던 1년전의 벅찬 기대를 새 정부에서 다시 찾고 싶어하는 국민의 열망을 1년전 그날처럼 겸허하게 살펴주기를 바란다.

이상헌(한국건전가정운동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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