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로버트 카파 '총맞는 병사', 조작 논란 가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재정신의 상징인 ‘카파이즘’이 사진 조작 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은 종군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1913~1954)의 대표작 ‘총맞는 병사(falling Soldier)’가 실제 상황이 아니라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총맞는 병사는 지난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코르도바 지역 북부 세로 무리아노에서 전투 중에 참호에서 뛰어나온 병사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포착한 흑백 사진으로 미국 라이프 잡지에 실리면서 카파를 일약 세계적인 종군 사진작가로 출세시킨 대표작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 대학의 호세 마뉴엘 수스페레구이 언론학 교수가 오랜 조사 끝에 이 사진의 촬영지가 세로 무리아노에서 35마일 떨어진 에스페호 마을에서 연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IHT도 수스페레기 교수가 자신의 저서 ‘사진의 그늘’에서 이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당시 전투가 벌어진 곳이 아니라며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적었다.

앞서 수스페레구이 교수는 이 사진의 배경인 산악 지역의 모습이 당초 카파의 촬영 장소로 맞지 않다고 판단, 코르도바 지역 역사가 등에게 탐문한 끝에 당시 전투가 없었던 에스페호 지역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스페인 일간지 카날루나야의 엘 레리오디코 신문은 이 지역에 기자를 파견, 결국 카파의 원작 사진의 배경 산악 능선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진을 촬영해 이 사실을 보도했다.

논란이 불거졌으나 카파의 사진들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 맨해튼 소재 국제사진센터(ICP) 측은 이 사진이 실제 상황을 찍은 것이라는 종전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곳의 전문가들도 교수의 말에 설득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ICP의 카파 사진 큐레이터인 신시아 영은 뉴욕타임스에 실제 연출 촬영지로 제기된 에스페호의 모습이 “설득력이 있다”면서 카파의 총맞는 병사에 대해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앙헬레스 곤잘레스-신데 스페인 문화장관은 “예술은 항상 조작이며 카메라를 어느 한 방향으로 잡는 순간부터 그러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세계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로 꼽히는 카파는 스페인 내전을 비롯, 2차 세계대전 중에 런던과 북아프리카 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을 누비면서 생생한 전쟁 사진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지난 1954년 5월 24일 베트남 전쟁을 촬영하다 지뢰를 밟고 폭사했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총맞는 병사’와 함께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해 노르망디 해변의 안개를 뚫고 침투하는 연합군 병사의 사진이 그의 대표작이다.

명승욱 기자 joins.com

▶ 로버트 카파 특집페이지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