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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상하이·홍콩 '금융 삼국지' 뜨거운 일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아시아 금융 판도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도쿄 (東京) 와 함께 아시아의 양대 금융센터를 자임했던 홍콩이 경기침체로 주춤하는 사이 싱가포르와 상하이 (上海)가 맹추격에 나섰다.

홍콩은 자칫하면 '동방명주 (東方明珠.아시아의 진주)' 라는 별명마저 잃을까봐 긴장하고 있다.

세 도시의 금융중심지 각축전은 싱가포르.상하이의 협공에 맞서 홍콩이 반격하는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다.

◇ 싱가포르의 도전 =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SIMEX) 는 지난달 23일부터 홍콩주식시장을 개설했다.

홍콩의 종합주가지수인 항생 (恒生) 지수도 리얼타임으로 입수되고 있다.

이는 공격의 서막에 불과하다.

리셴룽 (李顯龍)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이끄는 국가경쟁력위원회는 지난달말 '전국 15% 임금 삭감안' 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임금 및 연금기여금도 줄였다.

토지.공장 임차료를 내리고 부과금과 서비스료는 깎았다.

기업의 경비부담 감소를 노린 이같은 조치는 물론 싱가포르를 홍콩보다 기업활동에 유리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다.

덕분에 싱가포르내 기업들의 연간 지출은 60억달러 (7조2천억원)가량 줄어든다.

이는 싱가포르 국내총생산 (GDP) 의 7%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 상하이의 야심 = 상하이는 겉으로 홍콩을 경쟁상대로 꼽지 않는다.

대신 '가로등 이론 (路燈理論)' 을 내세운다.

태평양 서안을 비추는 몇개의 가로등, 즉 도쿄→상하이→홍콩→싱가포르로 이어지는 금융중심 도시중 하나가 된다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다르다.

지난 4년간 상하이의 연평균 성장률은 13.1%.올해도 10%의 성장이 예상된다.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곳은 금융부문이다.

96년 외자은행들에 첫 인민폐 영업을 허용한 상하이엔 현재 1백54개의 외국계 금융기구가 나와 있다.

영업점만도 51개에 이른다.

90년에야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지만 상장종목 3백88개, 시가총액 1백11억달러 등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홍콩뱅크의 중국본부는 최근 홍콩에서 상하이로 사무실을 이전키로 결정해 홍콩측의 애를 태웠다.

국제사회도 상하이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포천지는 내년 9월 세계 5백대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포천 세계논단' 의 개최장소로 상하이를 선정했다.

중국이 21세기의 금융대국으로 떠오를 경우 상하이가 그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홍콩의 반격 = 홍콩은 금리부터 낮췄다.

일반금리를 최근 0.25% 인하한데 이어 16%대인 영업세도 13%대로 내릴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영업세가 현재 26%대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같은 임금 하향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사이 이미 50% 이상 임금이 내렸다.

쓸 카드가 많지 않다는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둥젠화 행정장관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싱가포르와의 경쟁을 환영한다.

우리는 중국을 배후에 두고 있는데다 생산원가가 아직 싱가포르보다 낮아 경쟁에 유리한 입장" 이라고 자신했다.

홍콩은 그러나 SIMEX의 홍콩주식거래로 인해 헤지펀드들의 홍콩달러 공격을 막기가 한층 어려워진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중계료 수입이 감소한 것도 타격이다.

홍콩은 올해 1분기 - 2.7%, 2분기 - 5.2%, 3분기 - 6% 성장 등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베이징.홍콩 = 유상철.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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