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000만이 보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파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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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88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부채 탕감을 위해 곧 파산보호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발행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어소시에이션의 메리 버너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사업에 대해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처럼 채무를 재조정해 기업 회생을 꾀하는 절차다.

미국의 병원 대기실이나 일반 가정집 침대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2006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가 주도하는 투자자들에게 매각됐다. 총 매각대금은 24억 달러였다. 당시는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빚을 내서 인수합병(M&A)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많았다.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광고 수입이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광고 수입은 18.4%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도 7.2% 더 줄었다. 현재 채무는 22억 달러에 달한다.

버너 CEO는 파산보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미국 사업에만 해당되며, 캐나다와 중남미·유럽·아프리카·아시아 및 호주-뉴질랜드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국판을 내고 있는 두산동아 관계자도 “한국판은 로열티를 내고 라이선스 출판만 하는 별도 법인이 내고 있어 이번 파산보호 신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21년 뉴욕의 한 부부가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잡지에 난 기사를 요약해 우편 주문을 하는 독자에게 보내주다가 우편으로 정기 독자에게 보내는 시스템을 채택해 세계 최대의 출판법인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94개 잡지를 내고 있으며, 세계 78개국에서 1억3000만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외에 식품전문잡지 에브리 데이도 발간하고 있으며 단행본과 음반·홈비디오 등도 취급하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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