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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후유증 극복하기] 달콤한 늦잠 이젠 잊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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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을 둔 김혜림(43·여)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개학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들은 오전 10시나 넘어서야 잠에서 깬다. 여름방학 내내 아침식사를 거르기 일쑤. 컴퓨터 게임이나 TV 예능프로를 보다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든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방학이 끝나면 1~2주 동안은 단골 지각생으로 찍혀 담임선생님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김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초·중학교 학생뿐 아니라 고교생들까지 방학이 끝난 뒤에는 지각하는 학생이 평소의 2~3배나 된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수업 진행이 힘든 경우도 부지기수다. 방학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개학 1주일여 전부터 생활리듬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초·중학생]

생활리듬이 깨졌다면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고, 학원수업이 없는 날이면 정오가 다 돼서야 기상하는 습관이 몸에 밴 학생들. 특히 맞벌이 부모를 둔 학생들은 오전 시간을 몽롱한 상태에서 보낸다. 한 달여의 방학 동안 잘못된 생활리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개학 1주일 전부터는 등교시간 1시간 전에 반드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식사 후 다시 방에 들어가 잔다면 훈련 효과가 없다. 아침식사 후에는 공부나 운동을 하는 등 뭔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때때로 전화를 걸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방학기간 동안 자유로운 생활에 노출되면 목표의식마저 흐려질 수 있다. 부모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갖고 목표의식을 다잡아야 한다. 상담심리사나 학습 자가진단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게 좋다. 오륜중 정미선(49·여) 교사는 “자기 자신을 알아야 개학 후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며 “진로 체험 등을 통해 목표의식을 확실히 하면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겨 방학 후유증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여행을 다녀왔다면
오랫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은 ‘친구들은 학원 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공부했을 텐데’ ‘다음 학기 수업을 쫓아가지 못하면 어쩌나’처럼 걱정이 앞선다. 이런저런 참고서를 사 잔뜩 쌓아놓고 공부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기도 한다. “나만 늦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준비는 오히려 학습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경우 학부모들은 “너는 남들이 하지 못한 소중한 경험을 했으니 이런 경험이 장기적으로 공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식으로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 “나는 한국보다는 외국 교육에 맞는 것 같다”는 식으로 공부에서 멀어지려는 학생이라면 대화를 통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선행학습에 지친 아이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학원에서 보낸 아이들은 방학기간 중 오히려 더 지쳐있을 수 있다. 지나친 선행 학습 때문에 개학 후 ‘다 아는 건데’라는 식의 자만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정 교사는 “아무리 공부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도 쉬는 시간 없이 책에만 매달리면 학기가 시작된 후 쉽게 지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이라도 가족여행을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 여행기간을 장기적인 진로계획과 다음 학기 학습목표를 점검하는 기회로 만들어 방학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교생]

슬럼프로 이어지지 않게 하라
고등학생의 경우 상위권은 특별한 방학후유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 중·하위권 학생들은 방학후유증이 길어질 경우 슬럼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숙명여고 이화규(50) 연구부장은 “누가 얼마나 빨리 방학후유증을 극복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명함이 갈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교육에 익숙해졌다면
방학 동안 여기저기 학원을 전전하며 듣고 배운 것은 많았지만, 정작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 개학 후 학교 수업시간에 “분명히 들은 것 같긴 한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경우다. 이런 학생들은 학원 수업을 중단하고라도 개학까지 남은 1주일 동안 방학 동안 배웠던 부분을 스스로 정리하며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신의 취약 과목과 부분을 골라 9월 모의고사 목표점수를 정하면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다. 이 부장은 “방학 후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한동안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며 “개학 2~3일 전부터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루 1회차씩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 실전감각을 익히면서 9월 모의고사 고득점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부에서 손을 놓았던 경우라면
방학 동안 공부에 소홀했던 학생들은 개학 후에도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부장은 “고등학생이 방학 동안 공부 안 하는 경우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하위권 학생 중에는 그런 경우가 실제로 있다”고 지적했다. 하위권 학생들은 공부하는 분위기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도서관이나 학교 자율학습실을 이용해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는 게 최우선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하나라도 골라 그 과목부터 확실히 잡아나가다 보면 공부에 흥미를 들일 수 있다”며 “고등학생의 경우 목표를 잡고 학업에 집중하는 게 방학후유증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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