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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유전자 첫 해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동물의 유전자를 최초로 완전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체설계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워싱턴대 유전학과 로버트 워터스턴 교수와 영국 생거연구소 존 설스턴 박사팀이 인체와 매우 유사한 유전자 구조를 지닌 캐노합디티스 엘리건스 (C.elegans) 선충 (線蟲.사진 참조) 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8년간의 공동연구 끝에 선충의 생물학적 특징을 결정짓는 2만개의 유전자와 이 유전자를 구성하는 벽돌에 해당하는 염기쌍 9천7백만개의 순서를 모두 밝혀낸 것.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생물유전자는 대장균.효모 등 10여종.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1천2백만개의 염기쌍을 지닌 곰팡이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단세포 생물. 캐노합디티스 엘리건스 선충은 몸길이가 1㎜에 불과한 작은 기생충이지만 9백59개의 세포로 이뤄진 다세포 생물로 세균이나 곰팡이보다 훨씬 진화된 동물이다.

동물의 유전자를 모두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언스지 편집장 스티브 코너 박사는 "이 선충 전체 유전자의 40%가 인간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강조했다.

진화론상 인간의 뿌리가 선충류와 같은 벌레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이며 미국립보건원장인 해롤드 바무스 박사는 "생물학의 역사를 뒤바꾼 분수령" 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MIT) 유전학과 로버트 호비스 박사는 "인간의 달착륙보다 획기적인 업적" 이라고 평가했다.

선충류 유전자 해독은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인체의 신비를 규명해 내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30억쌍의 염기서열과 8만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인간 유전자를 밝혀내기 위해 미국 주도아래 인체게놈사업이 진행중이다.

총 30억달러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이 과학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2001년이면 인체 유전자의 구조가 모두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밝혀진 특정 유전자가 인체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야 암이나 유전병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데 선충류 유전자 해독은 이 때 긴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서정선 (徐廷瑄) 교수는 "선충류는 인간과 비슷한 유전자 구조를 지녔으므로 선충류 유전자를 통해 인체 유전자의 기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유전체학술협의회 산하 6개 대학이 공동으로 자이모모나스 세균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중이며 내년 상반기께 완전해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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