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삼성플라자 IMF 1년 가계부展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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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하느님, 저희 가정을 도와주십시오'. 삼성플라자 분당점이 15일부터 20일까지 열기로 한 '가계부 전시회'에 나온 가부들은 '환란(換亂)' 1년간 가정 주부들의 눈물과 한숨이 페이지마다 스며 있다.

상가주택 임대업과 조그만 가게를 하는 유모씨의 경우를 보자. 올 1월 수입은 2백여만원이나 지출은 1백69만여원으로 그런대로 수지를 맞췄고 2월까지는 현상유지를 했다. 그러나 3월 메모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래층 전세도 나가고 가게 수입은 줄고 나에게는 일이 없고…'란 한숨섞인 메모가 나오고, 5월에는 '하느님 저희 가정을 도와주십시오. 경제가 회복되도록 지켜주시옵소서'란 극한 상황의 호소까지 등장했다.

또 자녀통장과 저축 해약 등을 통해 전세금을 빼줬다는 기록과 함께 '월세가 나가면 헌금도 많이 할테니 하느님 도와주세요'란 메모도 남겼다. 그후 ▶6월부터는 이 가정의 총지출이 80만원대 ▶7월엔 70만원대로 줄어들면서 70만원대의 지출을 유지했다.

또 집안에 환자가 있어 매달 50~70만원대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최모씨의 가계부는 6월까지는 월 3백20만~3백50만원대의 지출을 유지하다 보니 70만~1백만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다 7월부터는 종전 평균 7만원 정도이던 외식비를 1만9천원대로 줄이고 교제비도 40% 수준으로 낮추면서 총지출을 3백만원대로 졸라 맸고 9월에는 2백80만원대, 11월에는 2백50만원대로 점차 살림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김모씨의 가계부는 1월 7일 '어머니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엄마가 실직자가 됐다. 우리 가정도 부도날지 모르겠다'는 걱정으로 시작돼 1월 30일에는 결혼반지를 팔고, 보증 때문에 걱정을 하는 등 그야말로 한국 경제난의 축소판을 연상케 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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