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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중위 사건 재수사위해 부산해진 군당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훈 (金勳) 중위 사망사건 재수사를 위해 군당국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3성장군을 단장으로 한 합동조사단을 만들고, 11일 기존 수사팀을 전원 교체했다.

합조단은 앞서의 수사가 초동단계부터 엉성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군 수사당국은 金중위의 사망을 두차례나 자살로 결론지었으면서도 그 동기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타살당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살일 가능성이 크다' 는 얘기만 했을 뿐 도대체 왜 자살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

그러나 국회 진상조사위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소대원들의 대북접촉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소대장 (김영훈 중사) 을 포함한 소대원들의 북한 접촉과의 연관성 여부가 핵심으로 떠오른 것.

합동조사단에 군 검찰은 물론 기무사.합참 북한정보본부.안기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도 소대원들의 대북 접촉행위가 金중위 사망과 관련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유가족들은 "金중사가 대북접촉에 대해 북한측 포섭조로부터 협박을 받고 이들의 사주에 의해 金중위를 살해했다" 는 주장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합동조사단은 金중위의 타살여부를 밝히기 위해 전.현직 경비병들을 개별 조사, 金중위와 소대원들간의 평소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미군측이 반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金중위의 수첩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수첩이 있다면 金중위가 金중사 등 소대원들의 군기문란 상황과 소대원들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金중사는 소대원들이 북측으로부터 얻은 선물을 '수거물품' 으로 고쳐 상부에 보고, 특별외박을 받게 해주는 등 인심을 써 소대원들을 장악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金중사가 부대원을 압박해 알리바이를 조작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동시에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북한접촉이 포섭당한 단계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대공 용의점 수사도 다시 시작됐다.

기무사 관계자는 "지난 2월 귀순한 북한 변용관 상위의 조사과정에서 우리측 경비병 2백여명을 내사, 대공 용의점이 없어 수사를 종결했지만 이제는 대북 접촉행위를 재조사하겠다" 고 말했다.

金중사는 북한측 포섭요원과 군사분계선 상에서 함께 찍은 사진과 서로의 주소를 적어 교환했던 메모지까지 부대 안에 보관했던 것으로 합동조사단 조사에서 확인됐다.

또 吳병장이 북한측으로부터 받은 롤렉스 시계를 오랫동안 부대 안에 보관했다는 점을 중시, 상급 지휘관들이 부하들의 북한접촉을 묵인.방조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전역한 吳씨는 "이 시계를 일단 보관하다가 외박나올 때 부대내 쓰레기장에 버렸다" 고 진술했다.

합조단은 유엔사와 협조, 金중위가 죽은 채로 발견됐던 공동경비구역 안의 벙커도 조만간 다시 현장검증키로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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