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파트 값만 공개하나" 단독주택 소유자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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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은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아파트 값을) 보고, 단독주택 주인은 구청까지 발품을 팔아 찾아봐야 한다는 말인가." "바로 옆집 가격도 모르는데 어떻게 비교를 하고 값이 적정한지를 판단해 이의신청을 하라는 것인가."

정부가 올해 처음 산정한 단독 및 다세대, 50평 미만 중소형 연립주택의 공시가격을 인터넷으로 공개하지 않자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는 항의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가격을 국세청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면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같이 항의가 거세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인터넷 공개로 선회하자 건설교통부는 3일 "내년부터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 건교부의 '비공개' 논리=정부가 주택가격 공시에 제동을 건 것은 집값 정보가 쉽게 노출돼 소유자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익명성이 잘 보장되지 않으므로 번지만 입력하면 집값을 바로 알 수 있는 인터넷 공시는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집값이 공개되면 중개업자들이 중간에서 가격을 조작하는 등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터넷 공개를 하면 인근 주택값과 비교하는 사람이 늘고, 이에 따른 이의신청이 증가할 것을 정부가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서울시의 반발=서울시는 정부 방침과 달리 2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보다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가격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는 대체로 집값을 인터넷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건교부의 지침대로 개별 통지나 방문 열람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재영 건교부 토지국장은 "인터넷 공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도 세정과장 회의 결과를 지자체에 통보하긴 했으나 가격 공시 여부는 전적으로 시.군.구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인터넷 공시를 하더라도 사전에 소유자의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공개되길 원하지 않는 소유자의 집값만 비공개로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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