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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석면사용 20년지나 규제 환경정책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산업의학자로서 중앙일보가 제기한 (10월 17일자) 석면문제에 대해 몇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국내에서 석면 관련산업이 가동되고 사용이 늘어난 것은 70년대부터다.

주택개량용 슬레이트 수요 증가, 자동차 브레이크 생산과 함께 독일.일본에서 규제를 피해 한국으로 넘어온 석면 직포산업이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이후다.

석면이 폐암.중피종암과 연관이 있음이 널리 규명되자 선진국들은 70년대 이후 산업현장 사용과 일반환경 노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90년대 이전에는 거의 규제가 없는 형편이었으며, 오늘날 문제되고 있는 석면으로 인한 중피종암.폐암은 기본적으로 70~80년대 무분별한 사용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석면을 직접 사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과거에 석면이 사용됐던 시설 등을 제거.보수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건축철거.선박수리소 등은 아직도 허점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석면폐증에 걸려 있는 노동자가 아직도 광산 위주의 진폐관리에만 머물러 있는 행정체계 때문에 요양도,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개선할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일반인들이 어느날 하루 내지는 며칠 동안 건축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지나가며 들이마시는 것으로는 특정인에게서 건강장애가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하므로 일부러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때 문제가 심각할 수 있는 어린이 등이 항상 이용하는 유치원.학교시설 등에 대한 현황 파악과 적절한 위해성 평가는 아직 전혀 시행되고 있지 않다.

비교적 일찍이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고려에 의해 본격적인 통제는 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후에야 시작됐다는 점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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