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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신문고 KBS '시청자 칼럼' 작은 권리찾기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 사례1= 부산에 거주하는 최봉조씨.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빌려 전화를 가설했다.

그것도 확인해보니 무려 10대. 그는 이용하지도 않은 전화요금을 물어야 했다.

한국통신을 찾아가 항의했으나 대답은 "보호규정이 없다" 는 것. "법대로 해라" "경찰서에 고소해라" 는 무성의한 반응만 나왔다.

그래서 TV에서 한마디했다.

"너무 억울하다고" .그러자 꼼짝하지 않던 한국통신이 움직였다. 일선 전화국의 업무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전국 전화국에 공문을 띄워 유사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씨가 그동안 납부한 전화요금도 환불했다.

◇ 사례2= 서울에 사는 홍승철씨. 지난해 서초구청으로부터 면허세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10년전 어머니가 운영하다 폐업신고한 작은 음식점에 대한 세금 고지서였다.

가게 문을 닫은 때가 언젠데 갑자기 웬 세금. 세차례나 이의신청을 내고 구청에도 직접 찾아갔으나 독촉장만 계속 발부됐다.

구청 관계자들은 예전의 담당기관이었던 강남구청으로부터 서류가 인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선 세금을 내라" 고 촉구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섰다.

액수는 1만2천6백원에 불과하지만 부당한 세금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시민의식의 발로. 과오를 인정한 구청측은 결국 면허세 고지를 취소했다.

전파의 힘은 강했다.

매일 (월~금) 밤 9시45분 KBS2를 통해 방영되는 '시청자 칼럼 - 우리가 사는 세상' (오전 7시50분 KBS1 재방) .시청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만과 건의사항을 내보내는 프로다.

방송시간은 단 5분. 지난 6월 시작해 반년이 지나가는 현재 그 짧은 5분의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최근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법원에서, 관청에서, 기업에서 등등. 시민들의 '작은 권리찾기' 를 내세웠던 제작취지가 차근차근 열매를 맺어가는 상황이다.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퍼블릭 액세스 (Public Access)' 의 확대. 일반인들의 방송참여를 넓혀준다는 뜻이다.

특히 통합방송법안에서 제시된 '시청자 주권' 의 확대방침과도 맞물려 시사성이 크다.

방송에서 소외됐던 일반인을 적극 끌어들여 전파의 건강성을 살려보자는 것. '시청자 칼럼' 방영 이후 달라진 모습은 이밖에도 다수. 국내 입양을 고집하는 '성가정 입양원' 이 소개되자 문의전화가 몰린 것은 물론 실제 입양사례도 줄을 이었고, 제주지방법원은 잘못 전달한 소환장을 취소하는 동시에 대민 친절운동도 벌였다.

또 오랜 식당 경력에도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실직했던 권영일씨도 최근 일자리를 다시 얻었다.

이런 공적 덕분에 '시청자 칼럼' 은 최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으로부터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이규환 책임프로듀서는 "시민연대를 통한 사회 부조리 개선에 매진하겠다" 고 다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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