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전자 알면 암 막는다…위암등 13종 유전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암의 발생을 미리 알아내 대비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다.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발달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속속 밝혀지면서 질병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싹부터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물림되는 것으로 알려진 암은 유방암.대장암.난소암 등 12종. 그러나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장 박재갑 (朴在甲) 교수팀이 최근 위암 유전자를 발견해냄으로써 한국인 제1위 암인 위암도 유전성 암의 하나로 추가됐다.

朴교수는 "형제나 부모 중 같은 암에 걸린 사람이 두 명 이상 있거나 비교적 이른 연령인 20~30대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자신에게도 암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고 설명했다.

암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되는 확률은 2분의1. 이 경우 서울대병원 암유전자클리닉이나 아주대병원 유전학클리닉 등 전문기관에서 암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먼저 상담을 거쳐 암의 유전여부를 짐작하기 위해 가계도를 작성한 뒤 필요하면 혈액을 뽑아 암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유전자 이상으로 대장 내에 작은 혹이 수 백 개 이상 관찰되는 가족성 용종증 (茸腫症) 이 발견된다면 장래 대장암이 발생할 확률이 1백%이므로 예방 차원에서 대장을 미리 절제해준다.

유방암 유전자인 BRCA가 발견되면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80%나 된다.

따라서 이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유방엑스선검사를 받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한다.

우리 나라 여성 1위 암인 자궁경부암도 대물림되는 암의 하나다.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진우 (金振宇) 교수팀이 최근 GST유전자 중 T1과 M1 타입이 부족하면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9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미국부인종양학회에 발표했기 때문. GST유전자는 몸에 들어온 발암물질들을 처리해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金교수는 "40세 이하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GST유전자의 결핍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전자검사가 만능은 아니다.

아주대병원 유전학과 김현주 (金鉉主) 교수는 "암 유전자로 대물림되는 것은 전체 암의 10% 정도" 라고 강조했다.

나머지 90%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 후천적 요인에 의한 암 발생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바로 위험요인을 통한 추정이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安允玉) 교수는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암 발생 확률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통계적으로 산출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참고) 예컨대 한국인에 가장 많은 위암의 경우 불에 태운 육류를 자주 섭취하면 안 섭취하는 이보다 위암발생률이 6배나 증가한다.

짠 음식을 자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10배, 헬리코박터 세균이 있으면 3~5배로 위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개개의 위험요인을 동시에 갖추면 암 발생 확률은 대개 곱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불에 태운 육류를 자주 섭취하는 사람이 짠 음식까지 좋아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론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최대 60배나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집 안에 암환자가 유달리 많거나 젊은 나이에 암환자가 발생했다면 암 유전자검사를 통해, 그렇지 않다면 자신에게 어떤 위험요인이 있는지 살펴보면 장래 특정한 암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