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간담회]참석자 발언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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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우중 (金宇中.대우그룹회장) 전경련회장 = IMF를 맞아 1년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께서 심혈을 다해 많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고, 국민 모두가 자신감을 회복했다.

대우그룹은 수출확대로 자생력을 증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구조조정에도 최선을 다해 올해 1백4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데 기여했다.

2000년대를 대비한 구조조정도 상당한 진전을 거둬 최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건희 (李健熙) 삼성회장 = 대통령이 중국.싱가포르 정상과의 회담석상에서 삼성과 현대를 직접 거명하며 세일즈외교를 펼친 데 대해 감사한다.

삼성은 개혁을 위한 노력으로 99년말까지 채권은행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분사 (分社) 는 물론 계열사를 대폭 축소해 모든 구조조정이 99년말까지 완료되도록 하겠다.

내가 93년부터 주장해온 '모든 것을 다 바꿔보자' 는 말처럼, 그같은 각오로 적극적인 개혁노력을 펼치겠다.

---비주력 업종 과감히 정리

▶정몽헌 (鄭夢憲) 현대그룹공동회장 = 경제난 타개를 위해 5대 그룹은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현대는 사장단회의를 폐지하고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와 사외감사제도를 과감히 도입했다.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구노력으로 재산매각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계열을 통폐합해 2~3년내에 현대그룹에서 분리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구조조정을 위한 새 기업 신설도 합의대로 지켜나가겠다.

▶구본무 (具本茂) LG그룹회장 = 건실하고 강한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 구조조정에 매진하겠다.

개혁 가속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투명하고 책임을 지는 경영을 확립하기 위해 회장실을 폐지하고 불공정거래가 없도록 노력 중이다.

세계적 경쟁을 이겨나가기 위해 비주력 업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

99년말까지 상호지급보증을 모두 정리하고 부채비율도 2002년까지 1백% 미만으로 끌어내리겠다.

현대와의 반도체 빅딜도 원만하게 합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손길승 (孫吉丞) SK그룹회장 = 우리는 95년부터 구조조정에 노력해왔다.

그 결과 우리 그룹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외자유치를 통한 외국인 지분참여를 유도해 25억~32억달러의 외자유치를 계획 중이다.

대통령께 구체적인 내용을 별도로 보고하겠다.

외국인투자 지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핵심사업에도 외국업체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SK는 브랜드만 공유하고 각사별로 독자경영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비핵심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겠다.

SK증권이 파생금융상품투자와 관련해 JP 모건사와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이제 정상화에 합의했다.

---금융인도 자세 전환 필요

▶유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 = 채권탕감과 출자전환 등의 과정에서 지금까지 금융권은 피동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제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도 퇴출된다는 시장의 논리가 현실화된 상황인 만큼 금융인들의 자세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배찬병 (裴贊炳) 상업은행장 = 기업과 약정을 체결한 후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

기업의 소생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경영감시를 철저히 하는 등 채권은행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 = 국가적 현안인 구조조정을 위해 정치권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미흡했다는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법적 뒷받침을 위해 지난 3월 국회에서 법을 일부 개정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개정하고 있다.

법적 뒷받침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구조조정 늦어져 유감

금융계와 기업의 노력을 인정하지만 그간 다소 지연된 것은 유감이다.

IMF기간 중 30대 재벌의 부채비율이 오히려 늘어났다.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해줌으로써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일부 재벌은 백화점을 매입하는 등 사업을 확장,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기업 스스로의 책임도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국내외에 부정적 영향을 줘 신인도도 떨어뜨렸다.

세계적으로 지식.정보산업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조업에만 매달려왔다.

이제 제조업도 지식.정보산업화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순조로웠지만 창구경색 등으로 흑자 도산하는 기업도 있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현장을 찾아가 대출해주는 노력을 해야한다.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 흡족하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에 대해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법적 뒷받침에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합의할 부분도 많지만 연초 5개 합의사항에 큰 진전이 없어 불안했다.

그것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문제가 된 만큼 앞으로 큰 진전이 있어야겠다.

기업 당사자의 차원보다 국가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치권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 =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은 채권은행에 제출돼 있다.

현재 맞지 않는 부분은 조정중이다.(합의사항 낭독)

---은행은 기업 비밀 지켜야

▶손병두 (孫炳斗) 전경련 상근부회장 = 석유화학.항공.철도부문의 구조조정은 합의대로 이행되길 바란다.

퇴출기업의 부채를 모기업으로 넘길 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은행은 기업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길 바란다.

▶金대통령 = 오늘 중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발표됐다.

국민이 이를 보고 모든 것을 신뢰하게 됐으며, 앞날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해냈다. 개혁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20개항의 개혁은 경쟁력 제고의 결정적 조건이다. 국민이 주시하며 성원을 보낼 것이다.

99년에 개혁을 잘 하면 수십년 고질적 문제들이 세계수준으로 개혁되는 것이고, 2000년에는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는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경제발전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 날이다. 은행은 기업을 감독.격려하고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히 두번 다시 금융기관이 채권자로서의 권리.의무를 포기하는 금융위기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는 이런 일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은행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며, 한보사태처럼 대출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은행은 자립적 경영을 해야 하며, 스스로 판단해 대출함으로써 발전해가야 한다.

정부가 은행에 거는 기대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세계가 우리의 개혁노력을 평가하고 있다. 재계.금융계.정부가 힘을 합쳐 나라를 살려나가자.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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