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시각으로 쓴 여성주의…이윤기 중편 '진홍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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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서양 신화나 문명사에 광범한 식견을 지닌 번역가이자 소설가 이윤기씨의 중편소설 '진홍글씨' (작가정신.5천원)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남성작가의 작품으로는 흔치않게 주부를 주인공이자 화자로 설정한 이 소설은 서두에 "내 이마에 진홍글씨 한 자를, 피빛 'A' 자를 새겨보라" 는 도전적 발언을 담고 있다.

나다나엘 호손의 소설에서 '간음 (Adultery)' 을 상징하던 이 문자를 작가는 남성의 종노릇 대신 여성만의 공동체를 선택한 여전사 '아마존 (Amazon)' 의 상징으로 바꿔놓는다.줄거리는 남녀동권주의자인양 굴던 남편의 배신 아닌 배신. 여성작가 아닌 남성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어 "사랑하라, 이것은 딸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싸워라, 이것은 딸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 라고, "특권을 원칙에 앞세워서는 안된다.그러면 둘 다 잃는다" 라고 써내려간 이 드문 소설이, 정작 여성주의 시각의 독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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