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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처리 왜 안되나]다시 떠오른 '제2건국' 암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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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회예산안 처리가 한나라당의 '소걸음 전술' 로 다시 늦춰졌다.

야당은 지난주말 총재단회의에서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반대 형식으로 예산안을 처리해 주기로 잠정결정했다.

그러나 7일 의원총회에서 "제2건국운동 예산 (20억원) 을 없애지 않으면 본회의에 불참하자" 는 강경론이 득세한 것. 이에 맞서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의총을 열어 소속의원 총동원령을 내려 놓고 "단독처리 불사" 를 강조했다.

예결특위에서 84조9천3백76억원 규모로 예산안을 확정했지만, 다음단계인 본회의 처리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예산안과 일정상 연계돼 있는 경제청문회도 자동적으로 미뤄지게 됐다.

경제청문회는 '김대중 (金大中) - 이회창 (李會昌) 단독회담' 을 통해 8일 착수하기로 합의한 사안. 김영삼 (金泳三.YS) 전대통령의 증인소환이 부담스러웠던 한나라당으로선 어떻게든 연기하거나 중단시키고 싶어했던 일이기도 하다.

최근 여권 곳곳에서 YS 증인출석 문제를 유연하게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어 청문회 연기에는 국회일정상의 이유외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 예산안관련 한나라당 의총 = 7일 긴급 소집된 의총은 본회의 찬반표결 처리안을 비판하는 쪽으로 흘렀다.

이회창총재가 먼저 "제2건국운동 관련 20억원을 문제삼아 85조 전체 예산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여당이 몰아붙이고 있으나 이는 가당찮은 일" 이라며 "제2건국운동이 몰고올 파장과 위기감을 우려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朴槿惠) 부총재는 "제2건국운동은 관변단체정도가 아니라 정부의 산하단체로 주민을 감시하는 초법적 운동의 위험성이 있다" 며 "표결처리에 응할게 아니라 아예 보이콧,끝까지 반대하자" 고 주장했다.

이우재 (李佑宰) 부총재.안상수 (安商守) 의원은 "예산안을 인정해준다면 불법행위를 방조하게 되는 것" 이라며 육탄저지론까지 폈다.

신상우 (辛相佑) 국회 부의장 등 일부 온건론자들의 반대의견도 제기됐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辛부의장은 당론이 표결처리에서 처리지연으로 뒤바뀐 것을 지적하며 "지도부는 결단을 내릴 때 독자적인 결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고 일침을 가했다.

◇ 청문회 등 정치일정 = 예산의 지루한 공방으로 '청문회 연내 마무리' 를 중심으로 짜였던 여야의 정치일정은 뒤죽박죽 돼버렸다.

18일 정기국회 폐회 후에는 이회창총재의 검찰조사 문제로 정치권 난기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날 국민회의 간부회의에선 'YS증언 불가론' 이 나왔다.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는 "김영삼 전대통령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운다 해도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것 외에 새로 나올 것이 없다" 며 "부산.경남지역의 민심도 살필 필요가 있다" 고 언급했다.

한나라당 민주계 중진의원은 "여권의 여러 곳과 깊은 얘기를 나눴는데 김대중대통령은 YS를 소환하는 한풀이식 청문회를 원치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가 김현철씨의 증인소환 가능성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주장.

전영기.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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