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한번 팔면 나 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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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9월 한국통신프리텔의 개인휴대통신 (PCS) 서비스에 가입한 회사원 김모 (서울목동) 씨는 첫달부터 "연체료를 내라" 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사용요금을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하도록 했지만 PCS회사는 "신용카드가 불량" 이라며 연체료 통고를 한 것.

김씨는 PCS에 가입하면서 신용카드 유효기간을 쓰지 않았는데 가입접수를 받은 대리점이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회사측이 이를 불량카드로 오인, 대금을 빼가지 않은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 김씨는 "이 때문에 이틀동안 대리점.고객상담센터.고객만족센터.요금미납 관리팀 등에 사실을 확인하느라 전화통에 매달렸다" 고 말했다.

이동전화.PCS 등 휴대폰서비스 가입자가 늘면서 사용불편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5개의 휴대폰업체가 과당경쟁을 벌이며 가입자가 1천3백만명을 넘어섰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해 줄 고객센터나 불만처리 체계의 미비로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의 불공정행위신고센터에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 불만실태 = 정통부에 따르면 휴대폰과 관련된 민원은 지난해 20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1~8월까지 40배 정도 늘어난 7백80건이나 됐다. 지난해보다 올해에 가입자가 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불만은 훨씬 더 증가한 것이다.

정통부측은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우선 휴대폰업체들의 고객센터 문을 두드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통부나 통신위원회에 직접 불만을 접수시켰다면 불만정도가 극심한 경우로 봐야 한다" 고 지적했다.

신고내용을 보면 지하철 등 특수지역 통화품질 불만과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 요금불만이나 약관의 잘못적용 등이 대부분. 특히 모든 업체들이 한결 같이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통신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유선전화.무선호출.PC통신업체들의 불만처리율이 96%인데 휴대폰업체들은 평균 72%에 머물렀다. PC통신에는 휴대폰에 대한 네티즌의 불만을 접수하는 전문코너가 마련돼 하루에도 20건 이상씩 올라오고 있다.

한편 정통부도 휴대폰 관련 민원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가입자들이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 관련 부서에 전담인원을 두고 문제를 해결토록 할 정도다.

◇ 원인이 무엇인가 = 정통부는 투자부족으로 인한 품질저하와 가입자 급증을 쫓아가지 못하는 전산시스템의 미비를 들고 있다.

정통부 부가통신과 고광섭(高光燮) 과장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의 경우 역할을 분담해 지하철 공동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는데 양사의 협조체제가 미흡해 지하철에서의 통화품질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고 말했다.

품질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각사의 투자실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신세기통신. 한솔PCS는 통화품질 개선을 위해 기지국 건설 등에 올해 5천9백억원. 7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과도한 가입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자금난을 이유로 지난 8월까지 각각 1천3백억원. 1천7백억원에 머물렀다. LG텔레콤도 계획된 5천5백억원중 절반 정도인 2천8백억원을 투자했다.

가입자 데이터베이스 (DB) 관리와 망운영에 필요한 전산용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 PCS업체마다 전산투자를 앞당기고 있지만 내년 중반까지는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가입자 확보에만 열을 올릴 뿐 서비스는 뒷전" 이라고 말했다.

◇ 해결책은 = 정통부는 일단 체신금융에서 5천억원을 조달해 SK텔레콤을 제외한 4개 업체에 장기로 융자해줄 계획이다.

특히 면 단위의 통화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분석에 따라 휴대폰업체에게 지방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가입자에 보조금을 줄여 통신망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할 계획. 문자 서비스에 대한 제도도 개선할 방침. 업체마다 부가통신서비스 숫자만 많을 뿐 실제로 이용할 만한 것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사용빈도가 적은 서비스는 과감히 축소해 내실을 기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가 지역을 나누어 통신망을 운영중인데 좀더 원활히 서비스 되도록 각종제도를 보완키로 했다. 또 정통부. 통신위에 접수된 가입자 불만이 신속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PC통신에 신문고제도도 도입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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